미스 스마일이 별명인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항상 미소 짓는 얼굴에 구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십 년이 넘도록 남몰래 한 친구를 미워했습니다.
그 친구와는 학교뿐 아니라 공교롭게도 직장까지 같은 곳을 다녔습니다. 피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은데, 늘 붙어 다니는 운명이 더 싫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친구가 특별히 자신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 미움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기도도 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이유도 없이’ 미워하는 것은, 그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나 큰 죄를 지어서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매일 접하는 수많은 범법자들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는 없겠지요. 그뿐 아니라 그렇게 미워하던 사람의 행동을 내가 그와 같은 지위와 힘을 가졌을 때 그대로 행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용납할 수 없을 만큼 분노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내게 뭔가를 잘못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나를 왜소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즉 나의 자존심을 위협하는 사람, 나의 부족함이 여지없이 드러나게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친구를 ‘이유 없이’ 미워하던 미스 스마일은 그 친구만 곁에 있으면 자신 역시 더없이 초라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를 왜 미워하는지 글로 썼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불편하고 미웠던 이유가 자신이 되고 싶은 모든 모습을 그 친구가 갖고 있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 친구에게 전가했던 온갖 비난이 사실은 미움과 질투를 합리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덮어놓은 포장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멋지고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나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훌륭한 사람들에게 질투심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질투심으로 인한 미움은 비교할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욕구를 가진 비슷한 위치의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현했을 때, 우리는 그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집니다.
문학 인류학자 제니퍼 제임스 Jennifer James도 “질투심이란 당신이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두려움”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사랑받고, 더 인정받고, 더 보상받으리라는 두려움입니다. 따라서 나를 괴롭히는 질투심에서 벗어나려면 자존감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에너지를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없는 것은 진정 나를 흔들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를 미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타인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선글라스에 비친 자신을 보듯이 우리는 타인 속에 투사된 나를 볼 때가 더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움과 질투를 느낀다면 그것을 나의 내면의 욕구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면 좋겠습니다. 상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나의 욕구를 탐구하고 대신 그 사람에 대한 증오심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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