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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Nov 06. 2020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는 이유

미스 스마일이 별명인 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항상 미소 짓는 얼굴에 구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십 년이 넘도록 남몰래 한 친구를 미워했습니다.  

   

그 친구와는 학교뿐 아니라 공교롭게도 직장까지 같은 곳을 다녔습니다. 피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은데, 늘 붙어 다니는 운명이 더 싫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친구가 특별히 자신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 미움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기도도 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누군가를 ‘이유도 없이’ 미워하는 것은, 그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나 큰 죄를 지어서가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매일 접하는 수많은 범법자들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는 없겠지요. 그뿐 아니라 그렇게 미워하던 사람의 행동을 내가 그와 같은 지위와 힘을 가졌을 때 그대로 행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용납할 수 없을 만큼 분노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내게 뭔가를 잘못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나를 왜소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즉 나의 자존심을 위협하는 사람, 나의 부족함이 여지없이 드러나게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친구를 ‘이유 없이’ 미워하던 미스 스마일은 그 친구만 곁에 있으면 자신 역시 더없이 초라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친구를 왜 미워하는지 글로 썼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불편하고 미웠던 이유가 자신이 되고 싶은 모든 모습을 그 친구가 갖고 있었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 친구에게 전가했던 온갖 비난이 사실은 미움과 질투를 합리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덮어놓은 포장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 사람 앞에서 나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멋지고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나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훌륭한 사람들에게 질투심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질투심으로 인한 미움은 비교할 때 생기는 감정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욕구를 가진 비슷한 위치의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현했을 때, 우리는 그 앞에서 한없이 왜소해집니다.     


문학 인류학자 제니퍼 제임스 Jennifer James도 “질투심이란 당신이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두려움”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사랑받고, 더 인정받고, 더 보상받으리라는 두려움입니다. 따라서 나를 괴롭히는 질투심에서 벗어나려면 자존감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에너지를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남을 미워하기 전에 나를 더 들여다보기    

내 안에 없는 것은 진정 나를 흔들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를 미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타인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선글라스에 비친 자신을 보듯이 우리는 타인 속에 투사된 나를 볼 때가 더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미움과 질투를 느낀다면 그것을 나의 내면의 욕구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면 좋겠습니다. 상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나의 욕구를 탐구하고 대신 그 사람에 대한 증오심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문학치유에세이 <내 마음을 만지다> https://c11.kr/bb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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