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감을 낮추는 몸동작』
놀란 아기를 달래주는 엄마의 손길처럼
누군가의 접촉과 온기는
불안의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제가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많이 만나는 감정이 불안이에요. 불안하기만 한 내담자는 있어도, 불안하지 않고 우울한 내담자는 없어요. 간혹 불안이 분노로 위장되어 폭발하기도 하죠. 불안은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생존반응이자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에요. 어쩌면 코로나 시대는 불안의 시대이고, 불안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약간의 불안은 삶의 동력이 될 수도 있는데요.
문제는 불안이 과도하게 촉발될 때에요.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불안한 몸은 본능적으로 심장이 달리고, 근육긴장과 열감이 일어나고, 호흡이 얕아지고 가빠지겠죠. 심리적으로 도망가기 위해서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각성되어서 몸에서는 엑셀기능을 사용하는 거죠. 마치 자동차의 엑셀을 밟는 것처럼. 이때 불안은 생존반응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관념적으로 다룰 수가 없어요. 그래서 몸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에요.
몸에도 브레이크 기능이 있어요. 불안이 압도해올 때, 몸으로 접근할 수 있는 2가지 응급처방을 소개해볼게요. 첫 번째가 그라운딩이라는 개념이에요. 접지감각인데요, 불안하면 심리적 도망을 가기 위해 몸이 살짝 뜨거든요. 바닥에 발바닥을 접촉하면서 촉발되어 올라오는 불안을 가라앉히는 거예요.
두 번째는 숨을 내뱉는 날숨이에요. 심호흡의 날숨 기능은 숨구멍을 열고 밀려오는 불안을 밖으로 내보내주는 거예요. 날숨을 시작하면서 들숨이 가능해지고, 그러면 비로소 온전히 숨 쉴 수 있게 되고, 이때 심호흡은 교감각성을 부교감으로 바꾸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숨을 내쉴 때, 소리를 밖으로 쉬, 하고 뱉어보면 더 깊숙이 자신의 내쉬는 호흡을 감각해볼 수 있어요.
내 생애 첫 공황이 가르쳐준 가장 큰 가르침은 ‘몸의 지성’이었다. 극심한 공포불안이 찾아왔을 때, 의식과 이성만으로 압도된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내 몸이 공포에 빠져든 것도 무의식적 자동반응이었지만, 그것으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도 무의식의 지혜였다.
- 남희경, <몸이 나를 위로한다> 중에서 https://c11.kr/tb1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