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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속의집 May 01. 2020

이 고비만 견디면 됩니다.

누구나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다운 것처럼, 옛 시절의 부귀영화는 더욱 가치 있고 화려하게 느껴지는 법이지요. 그러나 그 잘 나가던 시절에도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했을 겁니다.
‘나만 왜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은 거지? 저들이 나보다 나은 게 뭐 있어. 세상은 불공평해.’ 잘 나가던 시절도 이제와 생각해보니 ‘참 좋았었지’ 하고 느끼는 것이지, 실제 그 당시에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궂은일은 다 내가 도 맡아하는데도 초고속으로 올라가는 동기들을 따를 수 없어 억울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우리네 한평생이 오르내리는 여러 개의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나만 유독 기복이 심한 것 같아 슬며시 부아가 치밀기도 합니다. 열정을 다해 정력적으로 일하다 보면 성공으로 향하는 상승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그러다 간혹 의기소침해지면 하강 곡선을 그리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지난날을 떠올려 봐도 왜 나는 늘 하강 곡선만을 그린 것처럼 느껴질까요?

그것은 우리의 뇌가 하강 곡선일 때의 충격을 더 강하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든 상승세를 타던 환희의 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하강하던 때의 충격에 밀려 그 기쁨의 순간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고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올곧게 뻗어 올라가는 대나무의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오래되고 큰 대나무일수록 마디는 굵고 많기 마련입니다. 그 마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나무는 꼿꼿하게 하늘을 향해 그 긴 몸을 지탱하고 서 있을 수 없습니다. 작은 어려움에도 갈대처럼 쉽게 휘거나 부러지고 말겠지요. 나무의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마디, 놀랍게도 그 간극에 성장의 힘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의 순간순간 찾아오는 고비 역시 대나무의 마디와 같습니다. 그 고비는 대나무의 마디처럼 우리 삶을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힘입니다. 물론 그 힘든 고비를 감당하는 것은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가치도 확연히 달라집니다.



우리는 삶의 마디마디에서 뛰어야 할 때도 있고, 쉬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처럼 말입니다. 상승 곡선을 그리며 무조건 위로 오르기만 하는 것은 이기는 일도 성공도 아닙니다.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마디, 그 고비의 시간을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우리는 갈대가 아닌 대나무가 됩니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고비의 시간 속에서 다시 솟아오를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의, <위로> https://c11.kr/9e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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