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3일
수요일은 아무말
앞으로 아무말은 브런치에도 함께 연재해볼 생각이다. 사실 아무말은 블로그보단 브런치가 더 어울리긴 하다. 네이버는 나의 이런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자고로 여행 정보글, 항상 최신성이 가미된 글만 선호하지, 이렇게 글만 적는 글은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내 글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으로 일찌감치 갔어야 했는데,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이 곳에다가만 적었던 것 같다.
한달에 한번, 길게는 세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해야만 행위가 바로 헤어컷인데, 어제 인생을 통틀어 세손가락 안에 들만한 헤어참사가 일어났다.
비니보고 먼저 하라며 보내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헤어스타일을 좀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보는데, 슬릭백언더컷이 들어오는 거임.
대충 요런 스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미쳤지. 항상 머리를 하기 전엔 연예인 사진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절대 안된다. 그것도 브레드피트라니..
하여간 내 차례가 왔고, 조심스럽게 디자이너분에게 슬릭백을 하면 어떨까요? 물어보았다. 슬릭백이 뭐냐고 묻는데, 그때 그냥 포기하고 자르던데로 잘라주세요 했어야 했음. 브래드피트 사진을 보여주면서 요래 가능하냐고 물었더니만, 할 수는 있댄다. 내가 하면 괜찮을까요? 물었더니만, 뭐 머리는 자라니까요, 라는 애매한 대답을 해주는데, 그게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 뭐,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 해선 안된다는, 자기계발의 어느 문구가 생각이 나면서 나는 결국 승낙해버렸다.
나는 내 아들이 참 싫은 이유 중에 하나라면, 나랑 너무 닮았다는 거다. 저 놈은 나에게만큼은 절대 배려 따윈 없는 타공 장인인데, 이 놈 색히가 다 자르고 나왔더니만, 살면서 본 아빠의 모습 중에서 최악이라고 독설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수요일에 자기 합기도에 데리러 오지 말라는거다. 그냥 자기가 혼자 알아서 집으로 가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ㅠㅠ 거리면서 집으로 갔더니만, 이젠 곰이 날 보자마자 괴상한 괴성을 지르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옆에선 비니가 계속 깐죽거리는데, 역시나 나이 먹고 변화는 함부로 하는게 아님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출근해서 날 보는 사람들의 표정 변화를 생각하니 우울하다.
예전에 한번 적었던 적이 있긴 한데, 내 인생 최악의 헤어참사를 꼽자면 20대 초반에 했던 파마다.
그 당시 김래원의 바람머리가 유행할 때였다. 나는 사진과 같은 김래원의 바람머리가 하고 싶었다. 밋밋한 나의 머리에 뭔가 산뜻한 바람 정도의 변화를 바랬던 건데, 비러먹을 미용실 아줌마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왔던 사건이다.
절친이었던 에로와 함께 광주 충장로에 있는 미용실을 찾았다. 김래원의 바람머리를 원한다고 했더니만, 그런 머리는 드라이기로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면서, 대뜸 나에게 여름향기에 나오는 송승헌 파마머리를 권유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헤어샵 갈 땐 절대 연예인 사진을 보면 안된다. 쟈들은 뭘 하든 잘생긴 것들이라서, 다 멋있고, 예뻐보인다. 냉정하게 머리만 봤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송승헌의 얼굴이 마치 내 얼굴 같은 착각 속에, 그만 선택을 해버렸다. 나도 저렇게 되겠지 싶은 마음에.
근데 시뎅할 저 사진 다시 보니까 저렇게만 뽀글거렸어도 나았을 것 같다. 비러먹을 아줌마가 내 머리를 달려라 하니 홍두깨 아내 고은애 머리 해놨었음.
에로도 내 아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만큼은 타공장인이다. 그런데 이 놈이 날 처음에 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뭐랄까, 일종의 연민의 감정이었다. 이색히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도 안하는데, 그 모습이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가족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연민의 감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웃고 왜 고따구로 잘랐냐고 뭐라 했으면 차라리 나아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 날 저녁, 바로 머리를 감아버리고 심난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파마한 내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표정변화를 시시각각 느껴야만 했다. 인간의 표정이 그렇게 다채로운지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내 모습이 너무 혐오스럽고 부끄러워서, 대인기피 성향이 생겼고, 그 해 가을학기엔 거의 기숙사에서 게임만 했었다.
그래, 그때보단 나은 것 같다. 적어도 비니가 나를 연민하진 않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웃님께서 마음 고생하는 날 위해 동영상 하나를 추천해주셨다. 서울 가기 전 날, 마음이 심난해서 잠이 안오길래 이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보다보니 회복탄력성이라는 책을 저술한 김주환씨의 영상이었다.
보통 멘탈과 관련된 책들은 일시적인 효과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즉, 읽고 있으면 힐링이 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다시 불안감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게 된다. 뭔가 궁극적인 해결 방안을 찾고 싶어서 여러 책을 읽어보는데, 이 분이 딱 그런 분이었다.
뭐랄까, 걱정과 불안, 분노, 이런 감정들은 결국 두려움에서 파생되는 감정인데, 결국 이 부정적인 감정들은 뇌의 편두엽이 긴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편두엽이 비정상적으로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거다.
보통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본인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의 변화에 따라서 사라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부 신체 때문이라는 논리가 신박했다. 그니까 더 쉽게 말하면, 마음은 마음으로 치유해야하는게 아니라 몸을 치유해야만 마음이 치유 된다는 논리다.
여기선 명상을 통해 긴장된 편두엽을 이완 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논리가 꽤 설득력이 있어서, 하루에 한편씩 자기 전에 이 분의 유튜브를 틀어놓고 20분씩 수면명상을 하다가 잠을 자고 있는데, 나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확실히 내 안에 있던 막연한 두려움,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고 있다.
브래드피트의 슬릭백 헤어컷도 명상으로 치유할 생각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쉬벨 ㅠ 이건 치유가 안될 것 같음.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위트를 잃어버려선 안된다.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울하다고 힘들다고, 하루종일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어선 안된다는 말이다. 물론 그게 쉽진 않다. 우울한데 쳐웃는게 쉽겠냔 말이다.
그래도 웃어야 한다.
작년부터 느꼈던 건데, 여름 바람과 가을 바람의 결정적 차이는 습도이다.
물방울로 가득 차 있던 공기가 바싹 매마를 때, 우린 그 공기, 그 바람 속에서 가을을 느낀다. 물방울이 아주 큰 역할을 하는거다. 고작 그 물방울이 없다고, 우린 그 공기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이제 완벽한 가을이 되었다.
멘탈 관련 책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감사하기다. 감사하기는 일종의 생각으로 멘탈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게 무슨 멘탈을 치유하는 방법이냐 싶겠지만, 뭐, 그렇다고 하니까.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나의 아무말을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물론 여행기를 읽어주시는 분들도 감사하지만, 아무말 독자들에겐 유독 감사하다. 내 감정이 심하게 묻어있는 글이라 그러지 않나 싶다. 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나저나 머리나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
아참, 저번 주에 말했던, 곰과 비니가 만든 영상을 첨부한다. 곰과 비니가 며칠을 함께 고심해서 만든 영상이다. 가급적이면 소리를 켜고 시청하는 걸 추천한다. 영상에 더빙 입한다고 셋이서 정말 고생했다.
저 영상은 아쉽게도 대회에 나가 2등을 차지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니가 그러는데, 협회에서 내 목소리가 너무 크다면서 경고(?)를 했다고 한다. 난 내 목소리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니 이색히 자꾸 내 머리보고 대머리에 가발 씌운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