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귤을 따러 갔는데 귤밭 주인 언니가 매일 점심을 직접 만들어 줬다. 하얀 윤기가 흐르는 갓 지은 쌀밥, 육수를 우리고 돼지고기 살을 발라서 푹 끓인 몸국, 기름에 튀긴 조기, 그리고 아삭한 겉절이. 몸국은 제주 전통 음식으로 바다에서 자라는 해초인 '몸(모자반)'과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다.
언니는 우리와 함께 귤을 따다가 11시쯤 되면 조용히 사라진다. 귤창고에 가서 혼자 점심을 준비하는 거다.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식당에서 밥 먹는 게 더 편하지 않아요? 왜 이렇게 힘들게 직접 만드세요?"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지 알고 있기에, 언니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직접 만든 따뜻한 밥을 먹여주고 싶어서." 그 밥을 먹으면서 나는 언니의 따뜻한 마음을 온전히 느낄수 있었다. 정성껏 차려준 밥상 위에는 음식 그 이상의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문득 예전에 2주 동안 급식 봉사 활동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주방에서 일하시던 분들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일손이 부족하고 일이 힘들다 보니 음식을 만드시는 분들이 내내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 저런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니. 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무슨 죄냐?' 당황스러웠다.
그때 알았다. 음식은 그냥 레시피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까지 담겨서 완성되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귤밭 언니의 밥상과 그때 급식 봉사 현장의 음식. 재료는 같을지 몰라도 그 본질은 전혀 달랐을 거다. 하나는 정성과 따뜻함이 담긴 음식이고, 하나는 짜증과 피로가 담긴 음식이다.
우리는 그냥 음식을 먹는게 아니라,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먹고 있었던거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좋은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선한 마음까지 고스란히 상대가 먹게 되는 거니까.
생각해보면 엄마가 해준 밥, 할머니가 차려준 음식을 늘 그리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 밥상에는 우리를 향한 가득한 사랑이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었으니까. 우리는 그분들의 사랑을 먹고 자랐고, 그 마음은 우리 안에 고스란히 남아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힘이 되어주곤 했으니까.
오늘도 나는 언니가 차려준 밥상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한고 든든하게 채웠다. 잊지 말것, 음식을 만들때는 좋은 마음을 가득 담아서 요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