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라짐을 선물하다

연잎밥

2025년 연말 선물로 연잎밥을 준비했다. 찹쌀에 밤, 대추, 은행, 콩을 듬뿍 넣고 연잎으로 정성스레 싸서 쪄낸 밥. 평소 신세 진 게 많았던 이들에게 보낼 선물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물건 대신 '먹는 것'을 선물한다. 왜 음식일까?


예전에는 예쁜 소품이나 화려한 장식품을 선물로 고르곤 했다. 가격표도 안 보고 당장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사들이던 쇼핑 중독자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후 나의 가치관은 완전히 바뀌었다. 배낭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한 달을 살아낼 수 있다는 경험을 한 뒤로, 나는 더 이상 물건을 사 모으지 않는다. 결국 그 모든 게 다 '짐'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고심해서 고른 선물도 누군가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는 것. 시간이 흘러 낡으면 결국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나의 선물을 고르는 취향이 달라졌다.


그래서 나는 물건 대신 '먹는 것'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음식은 물건처럼 오래 간직할 수는 없다. 입안에서 사라지면 끝이다. 하지만 나는 차라리 그 '건강한 사라짐'을 택하기로 했다.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이 누군가의 몸속으로 들어가 건강한 에너지가 되고, '맛있었다'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무해하면서도 진심 어린 나눔이 아닐까 싶어서다.


혼자 살다 보면 제대로 된 음식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다. 대충 때우거나 거르는 날도 많다. 이번에 연잎밥을 선택한 이유도 간단하다. 선물 받을 분들이 모두 혼자 사시는 분들이라, 자칫 소홀할 수 있는 그들의 일상에 건강한 한 끼를 선물하고 싶었다.


이분들이 연잎을 한 겹 벗겨낼 때 풍기는 은은한 향기와 함께, 그 건강한 한 끼가 마음속까지 따뜻해지기를 바라본다.


"부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올 한 해도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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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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