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못하는데요!!!

by 하우스노마드 키라
키라는 일본어를 잘하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편견 중 하나다. 일본 우프를 너무나 자신 있게 아무렇지도 않게 가는 걸 보니 분명 일본어를 잘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난 일본어를 못한다.

내가 아는 일본어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 "이따다키마스"(잘 먹겠습니다), "스미마셍"(실례합니다)가 전부다.


하지만,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함에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이 있었으니까. 여행은 언어가 아니라 용기와 도전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음에도 일본 우프를 떠날수 있었다.


손짓과 몸짓으로

첫 번째 우핑을 했던 도요우라 가족은 다행히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프에서 하는 일은 주로 몸을 쓰는 일이었다.


감자를 심는다거나, 벼 모종에 물을 주는 일, 잡초를 뽑는 일. 이런 일들은 그리 많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손짓과 몸짓만으로도 충분했다. 호스트가 삽으로 땅을 파는 시늉을 하면 나도 따라서 팠다. 호스트가 물 주는 간격을 손가락으로 보여주면 나도 그대로 했다.


식사 시간이 제일 즐거웠다

함께 식사를 준비하거나 먹을 때, 맛있다는 표현은 표정이나 간단한 단어만으로도 충분했다.

"오이시이!" (맛있어!)


그리고 나에게는 특별한 무기가 하나 있었다. 내가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먹는 것과 관련된 일본어는 한 번 들으면 바로 외워졌다. 예를 들면 니라(부추), 닌징(당근), 네기(파), 와라비(고사리) 같은 단어들 말이다.


영국에 있을 때 일본 식당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일본 음식 이름을 일본어로 배워뒀었다. 다양한 종류의 스시 이름, 그리고 야끼소바의 '야끼'가 '볶다'라는 의미라는 것 같은 것들.


내가 아는 일본어는 일본 음식 이름이 전부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식사 시간이 제일 즐거웠다.

호스트 가족들이 내게 "키라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음식이 뭐야?" 라고 물어봤을 때,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자완무시(계란찜)이라고 말해줬다.


일본 꼬마들에게 배운 일본어

첫 번째 우핑을 했던 집에는 꼬마 아이들이 4명이나 있었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쓰는 간단한 일본어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하나둘 터득하기 시작했다.


"다메!" (안 돼!)
"아부나이!" (위험해!)
"스와떼!" (앉아!)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활 일본어가 조금씩 쌓여갔다.


그래도 아쉬웠던 순간들

우핑을 하는데 의사소통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뭔가 많이 아쉬웠다.

두 번째 우핑을 했던 비에이 집에서, 할머니는 내게 일본어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 것 같았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할머니와 둘이 정원에서 잡초를 뽑는 날이면, 할머니는 내게 잡초를 잘 뽑는다며 엄청 칭찬을 해줬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호스트 할머니가 밭 한쪽을 가리키며 뭔가 길게 이야기했다. 역시나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알아듣는 척. 그게 이 땅의 역사였을까, 작물의 비밀이었을까. 궁금했지만 물을 수 없었다.


구글 번역기와 타코야키

비에이 집 호스트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로 일본어로 내게 말씀을 했고, 이해가 안 되는 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구글 번역기는 분명 유용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타코야키를 구워 먹을 때, 나는 "혼또니 오이시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맛있다는 표현은 충분히 전달됐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타코야키는 한국에도 팔아"
"일본 가족들은 이렇게 집에서 타코야키를 만들어 먹나요?"
"할머니는 젊었을 때도 요리를 좋아하셨어요?"


맛있다는 말 말고, 더 친밀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많이 아쉬웠다.


일본어를 못해도 우프는 충분히 가능하다. 손짓과 몸짓, 구글 번역기, 그리고 웃음만으로도 소통은 됐다. 나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일본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다면 내 우프 생활이 더 풍요롭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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