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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를 키우는 집의 하루일과

아빠 육아 일기 D+28

by 퇴근은없다

신생아를 키우는 집의 하루일과는 대략 이런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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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30분 수유, 기저귀 갈기, 젖병 소독

오전 12시 10분 수유, 기저귀 갈기

오전 3시 수유, 기저귀 갈기

오전 6시 30분 수유, 기저귀 갈기

오전 7시 20분 기저귀 갈기

오전 8시 아빠 아침 먹기, 젖병 소독

오전 9시 엄마 아침 먹기

오전 9시 30분 수유, 기저귀 갈기

오전 11시 20분 기저귀 갈기

오전 11시 30분 기저귀 갈기

오후 12시 아빠 점심 먹기

오후 12시 30분 수유, 기저귀 갈기

오후 12시 40분 엄마 점심 먹기

오후 13시 기저귀 갈기

...


육아 루틴은 수유텀에 맞춰서 3시간 단위로 반복된다. 우리는 혼합 수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수유텀마다 모유를 먹이면서도 분유도 타고 젖병 세척도 같이 한다. 오늘은 새벽 모유 수유 시간에 용을 쓰면서 모유를 안 먹으려고 해서 아주 골치가 아팠다. 결국 모유량이 평소보다 적어서 수유텀보다 조금 일찍 배가 고파했던 것이었는데, 아침에 수유텀상으로 아직 배고플 시간이 아닌데도 울어재껴서 왜 우는지 잘 알지 못했다.



기저귀는 천기저귀와 일회용 기저귀를 같이 쓰고 있는데, 낮에는 되도록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지만 밤에는 오줌, 똥이 새어 나오기도 하니 일회용 기저귀를 쓰고 있다. 천기저귀를 쓰면 빨래 양이 많아져서 집안일이 많아지지만 일회용 기저귀를 너무 자주 갈아주다 보니 기저귀가 아깝기도 하고, 엉덩이 발진이 나아질 때까지는 가능하면 천기저귀를 쓰기로 했다. 요새는 일회용 기저귀도 순면이 있지만 그래도 천기저귀만 못하다.


육아 튜토리얼 기간이었던 첫 2주간은 쫑알이가 순한 아이인 줄 알았다. 쫑알이가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똥오줌을 쌌으면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울어도 좋다, 달래면 달래지는데 뭐 어려운 게 있나 싶었다. 하지만 3주 넘어서면서 순한 아이는 어디 가고 달래도 우는 아기가 우리 집에 있었다. 배앓이로 배에 가스가 차서 속이 불편할 때 울고, 침대에 눕히면서 등센서가 울릴 때 울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일 때도 운다.

배앓이는 똥 누는 걸 힘들어하고 방귀를 자꾸 뀌어서 속이 불편한가 했는데. 엑스레이에도 가스가 많이 차있었다. 그 커다란 올챙이 배가 분유가 아니라 가스였다니. 가스 빼주려고 마사지를 한 시간씩 해주었지만 밤만 되면 배앓이는 다시 시작되었다. 제일 도움이 되었던 건 분유 바꾸기였는데, 아이엠마더, 압타밀을 거쳐 A2 분유에 정착했다. 분유를 바꾸어도 배앓이가 아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편하게 똥을 누니 내가 다 시원하다.


등센서 때문에 아기 침대는 아기용품 테이블이 되었다. 2주까지는 어디에 눕혀도 다 잘 자던 아이였는데, 너무 많이 안아주어서 손을 탄 건가 침대에 눕히기만 하면 울어재낀다. 엄마, 아빠가 옆에서 누워 자면 잘 자는 것을 보면. 안정감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아기 발달 과정상 3주부터는 엄마 아빠의 체온, 심장 소리, 냄새 등을 더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고, 그 존재가 주는 안정감을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고 한다. 이전보다 엄마 배 속의 포근한 환경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다. 아기가 잘 때마다 어른이 옆에서 같이 자기는 힘드니 아기띠를 하고 재우기로 했다. 벌써 아빠 허리가 힘들어지고 뜨거운 아기의 체온 덕분에 너무 덥지만, 한 시간씩 달래가면서 침대에 재우느니 몸이 고생하는 것이 낫다.


손목 통증은 출산 후 몸이 약해진 엄마들에게나 나타나는 증상인 줄 알았다. 릴랙신 호르몬으로 관절이 근육과 관절이 이완되면서 다치기 쉬워지는 거라고 말이다. 조심하라고 그만큼 말했는데 아내의 손목에도 여지없이 염증이 찾아왔다. 나는 조심하지 않은 아내를 나무랐으나 그게 나의 일인지는 몰랐다. 3.1kg의 작은 쫑알이를 들고, 안고을 때는 나도 괜찮았다. 하지만 신생아는 1개월에 1kg씩 커진다. 이제 4.2kg이 된 쫑알이를 들고, 안고, 달래고, 토닥이다 보니 건강하던 내 손목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손목 보호대를 하고 가능하면 손목을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집돌이에게도 버겁다


신생아와 함께 하는 첫 한 달은 다시없을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어려움도 겪는다. 황달, 유두혼동, 배앓이, 등센서, 새벽 수유, 손목통증. 똥파티, 오줌 파티로 인한 연속 4회 기저귀 갈기 등. 4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겪은 작은 허들들이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반복되는 육아 루틴이다. 나름 집에서의 생활을 좋아한다고 자부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당당히 집돌이라고 소개하는 나이지만. 육아를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은 나를 충전하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집에 있는 시간'은 게으르게 여유를 즐기며 내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지, 아기를 돌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시간은 아니었던 거다.



쫑알이를 키우는 동안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가 오늘 같은 것은 물론이요. 어제 이번 주가 시작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금요일이거나 한다. 흐르지 않는 시간에서 변하는 건 빠르게 커가는 아기뿐이다. 그래서 삶의 의미가 모두 아기에게만 있다. 세상 많은 엄마들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수많은 엄마들을 비춰본다. 나도 이제 아기를 키우니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다시 살아봐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육아 루틴 말고 엄마의 루틴과 아빠의 루틴도 필요하다. 엄마의 루틴 그리고 아빠의 루틴도 지키기 위해 아빠인 내가 육아휴직을 했다. 오늘은 저녁 먹고 오랜만에 러닝 30분 하고 돌아올 거다. 그동안 엄마 쫑알이 잘 부탁해요. 금방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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