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눈높이를 맞추기
아기 안아주는 문제에 이런저런 말이 많다. 누구는 이때 아니면 언제 안아주냐며 많이 안아주라고도 하고 누구는 '손 탄다'라고 너무 안아주지 말라고도 한다. '등 센서'가 생겨서 등으로 눕히면 바로 알아채고 운다고 말이다. 안아 주면 아기가 안정감을 느끼고 잘 자는 건 당연하다. 9개월 동안 뱃속에 있었고, 뱃속과 제일 비슷한 곳이 사람 품 안이니, 안아주었을 때가 아기가 가장 편안하다.
태어난 지 70일 된 쫑알이는 그동안 계속 안겨서 잤다. 처음 며칠은 아기 침대에 눕혀서도 재워봤으나, 3주부터는 찡얼거리고 울기에 낮잠은 언제나 '인간 침대'에서 잤고. 밤잠도 품에 안아서 재웠다. 어른과 함께 자는 게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도무지 침대에서 혼자 자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안아 재우기로 한 거다.
수면 교육이 가능하다는 6주 차가 넘어서면서부터 고민이 되었다. 아기 몸무게가 늘어서 안아주기도 힘들어지니 언제까지나 이렇게 재우는 것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조심해도 조그만 소리에도 아기는 예민하게 반응하니, 수면의 질이 걱정이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 교육은 어려워진다고 한다는 얘기에 더 늦기 전에 자는 법을 가르치기로 한다.
'수면 교육'이라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방법을 찾아보면 사실 별게 없다. 안아서 달래고 눕히는 안눕법, 쉬~ 소리를 내면서 토닥이는 쉬닥법, 아기를 혼자 자도록 두고 방을 나가는 퍼버법 등이 있어 아기 상황에 맞춰 선택을 하면 된다. 부모가 더 집중해서 할 일은 잠을 자기에 편안한 환경을 마련해 주는 거다.
아기가 좀 더 편안하게 잘 수 있게 자는 곳을 함께 자던 안방 침실에서 놀이방으로 쓸 예정이던 곳으로 옮겼다. 저녁 7시가 되면 불을 끄고 집안을 어둡게 하는 것은 이미 잘하고 있었고, 커튼은 낮에는 조금 밝나 싶기도 해서 암막 커튼을 달까도 했지만 낮잠과 밤잠이 구분되는 게 나을 것 같아 조금 어두운 정도로 두었다. 주변에 장난감과 같이 시선을 둘만한 것도 전부 치웠다. 준비는 충분해 보였다.
쫑알이가 순한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첫날과 둘째 날은 재울 때마다 너무 울었다. 한 번 재울 때마다 30분이고 1시간이고 울어 대는데 옆에서 기다려주고 달래도,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울어 재끼는 '강성 울음'까지 가기를 여러 번이었다. 아기가 울면 부모는 힘들다. 우는 아이를 어떻게든 달래려고 하고 우는 만큼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이 곤두선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쉽게 빠지게 되는 함정이 '부모가 느끼는 대로 아기가 느낀다'는 착각이 아닐까. 아기가 우는 모습은 부모에게는 고통이다. 부모가 고통스러우면 아기도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안아서 키우는 게 더 쉬운 육아법이기도 하다. 체력만 된다면 아기를 아기띠로 둘러매고 부모는 다른 일에 집중하면 아기를 알아서 자니 말이다. 온도에 대한 할머니들의 의견도 착각이다. 할머니가 느끼기에 추우니, 아기에게도 춥고. 소아과의사가 권장하는 쾌적한 온도가 아니라 뜨뜻하게 난방을 하고 양말을 신겨 키우기를 바란다. 아기에게 집중하지 않고 어른의 감각으로 아기를 키우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인 거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육아를 뒤돌아보건대 나도 어른의 감각으로 육아를 했다. 기계적으로 자고 싶어 하는 신호를 보면 재우고 먹고 싶어 하는 신호를 보면 먹인다. 안아주는 것도 그렇다. 울면 왜 우는지 확인하기보다는 부모가 편해지기 위해 바로 안아줘 버린다. 그럼 아기가 어떤 상태고, 어떤 마음인지 알기도 전에 달래져 버리거나. 혹은 아무리 달래도 달래 지지 않기도 한다. 부모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어른의 감각과 방법으로 아기를 대하고 있는 거다.
셋째 날부터 쫑알이에게 맞춰 잠 잘 준비를 해줬다. 아기의 잘 준비라는 것은 단순히 방을 어둡게 하고 조용한 환경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이전 수유 시간에 충분히 먹이고, 수유가 끝나면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면서 잘 놀아준다. 그리고 잘 때 못 안아주는 만큼 충분히 안아준다. 눈 맞춤을 하며 아기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교감을 한다. 이렇게 자기 전 시간을 아기의 시선에 맞추어 알차게 보내는 것. 그것이 '아기의 잘 준비'다.
내 잘 준비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쫑알이는 놀랍게도 1분도 울지 않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틀간 잘 자지 못해서 곯아떨어졌을 수도. 아니면 이제 등 대고 자는 게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수면교육의 성공이 '새로운 잘 준비' 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나 사실 진실은 쫑알이만 알고 있다. 수면 교육에 교육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부모가 잠을 대신 자게 해 줄 수 없다는 점 때문일 거다. 자는 법을 알려주도록 도움을 주지만 혼자서 등 대고 자는 법을 터득하는 건 오직 아기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