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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렇게 무거워졌나

90일차 아빠의 등근육은 너덜너덜

by 퇴근은없다

아내가 손목 건초염으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화요일, 목요일은 체외충격파와 물리치료로 오전에 온전히 아빠 혼자 쫑알이를 맡아야 한다. 오전 7시 기상 및 첫수, 10시 좀 넘어서 두 번째로 수유를 한다. 중간에 낮잠은 아무래도 연장이 잘 안 되어서 고민인데, 암막 커튼을 준비해야겠다. 그때까지는 쫑알이 옆에서 자는 걸 계속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아내가 병원에 다녀오고, 오후 1시 운동까지 다녀오면. 한숨 돌린다. 이제 쫑알이 안 자는 틈에 힘내서 집안일을 해야 한다.


쫑알이가 무거워지면서 허리디스크가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3킬로 신생아 시절에는 끄떡없었는데 6킬로가 되니 슬슬 느낌이 좋지 않다. 제대로 관리 안 하면 고생이 시작이라 요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으로 골반 근육을 풀어준다. 디스크뿐만 아니다. 쫑알이가 높게 안아주면 울음을 뚝 그쳐서, 몇 번 해주다 보니 등에 근육통이 심해서 잘 때 매우 불편하다. 아기의 몸무게는 빠르게 늘어가니 자연스럽게 점진적 과부하가 되어. 등 근육은 편안할 날이 없다.


쫑알이는 이번 주에도 또 우리에게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소리 내어 웃었다는 거다. 웃기기 위해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든가 하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노래에 맞춰 손을 잡고 옆으로 활짝 벌려주었을 뿐인데 팔을 벌릴 때마다 너무 좋아하면서 웃는 것이 아닌가. 나는 눈이 똥그래져서 쫑알이가 안 웃을 때까지 계속해서 팔을 옆으로 벌렸다. 고작 이걸로 이렇게나 좋아해 준다니, 몇 번이고 해 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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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별로 관심 없어하던 것 같은데 이제 같이 책을 펴서 읽어주면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직 이야기는커녕 그림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그저 아기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그림들이라 재미있어하는 걸까. 아기 그림책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토끼, 돼지, 원숭이, 사자... 동물을 실제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기에게 너무 어려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기 입장에서 동물은 상상의 생물체나 다름이 없을 텐데. 장난감에도 옷에도 모두 동물 투성이다. 내용이 어찌 되었든 책을 좋아했으면 하니, 책을 잘 봐주는 쫑알이를 보면 만족스럽기는 하다.


내가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쫑알이 목욕 시간이다. 목욕은 온전히 아빠의 몫인데, 아기의 알몸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거니와 쫑알이가 기분이 안 좋았다가도 목욕만 하면 좋아하기에 가장 컨디션이 좋은 쫑알이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만 이 시간은 내 허리디스크에는 치명적이다. 쪼그린 자세로 아기를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하면서 씻기면 무게중심이 무너진 내 요추는 적어도 아기 몸무게의 3~4배는 되는 부하를 받지 않을까싶다. 목욕을 끝내며 아기를 안고 일어서면 4번과 5번 사이 요추 왼쪽에 뻐근한 느낌이 덮친다. 허리가 튼튼하지 못한 아빠 잘못이지.


빨리 쫑알이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 왜 우는지도 알고 싶고 뭘 하고 싶은지도 알고 싶은데, 아기의 울음은 결국 해석 불가일 때가 많다. 말을 할 줄 알면 더 잘 놀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100일도 안된 아기에게 너무 큰 바람이겠지. 조금만 기다리면 시끄럽게 떠들 테니 기다려야지. 아마 금방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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