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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려는 마음

77일 차 터미타임을 마스터

by 퇴근은없다

77일 차, 쫑알이가 바닥에서 터미타임을 5분 동안이나 해냈다. 그동안 아빠 배 위에서 하거나 바닥에 둬도 고개도 못 들고 금방 울어버리기가 일쑤였는데, 며칠 전부터 고개도 꽤 드는 것 같더니 이제는 터미타임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고개를 들고는 장난감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제 몫을 하지 못하던 꼬꼬맘과 구스파파가 처음으로 제 몫을 다하는 날이었다.


고개를 못 가누는 아기를 엎어 놓으면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고개에 힘을 빼고 한쪽을 바라보며 편안히 있거나, 두 번째는 낑낑거리다가 울어버리거나. 전혀 목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 시절에는 그저 편히 엎드린다. 그냥 엎어놓으면 터미타임이라 하던데 이렇게 엎어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편안한 자세로 말이다. 아직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때가 편하다.


그러나 조금 목을 가누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편하기보다는 엎어둘 때 긴장이 된다. 엎어놓자마자 조금 낑낑대다가 울어버리니 얼굴 빨개지기 전에 어서 달래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개를 원하는 대로 돌리고 싶어 그러는 것 같은데, 이상에 비해 현실이 초라하니 아기는 울어버리고 만다. 우는 아기를 보면 아빠는 바닥이 너무 차갑지는 않았는지 바닥에 엎어둘 때 조심스럽지 못했는지 아니면 그동안 터미타임에 너무 소홀해서 아기가 거부감을 갖게 되지는 않았는지 자책을 한다.


아기는 손의 사용도 배운다. 아기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사지가 멀쩡히 달려있지만 어른처럼 잘 다루지는 못한다. 얼마 전까지 본능적인 반사반응으로 움직이고 있던 팔을 조금씩 제어하면서 기지개도 켜보고 앞으로 쭉 뻗어보기도 하는데 딱 그 정도다. 아빠나 엄마의 동작을 따라 하거나 원하는 곳으로 팔을 뻗는 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요 며칠은 아빠의 욕심으로 잡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억지로 장난감을 쥐어주면 10초 정도 잘 잡고 있기도 하고, 아빠 손가락은 꽤나 강하게 잡고 있기도 하다. 아빠와 손을 잡고 밀고 당기기가 되니 새로운 놀이도 할 수 있어 좋다.


가장 험난한 도전은 하루의 생활 패턴 갖기다. 지난주부터 안아주지 않고 재우기에 성공하면서 수면 교육을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수면교육은 등 대고 자는 게 다가 아니었다. 매일 어느 정도 먹고 자고 노는 패턴을 잡아주어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잠을 자는데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매일 크면서 변해가는 아기가 먹고 양과 자는 시간을 고정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늘인데 아기는 갑자기 잠을 잘 안 자거나 먹기를 거부하고 울어버린다.


오늘은 곧 막수를 먹어야 할 시간에 잠에 들어버렸다. 막수 시간은 가능한 고정하는 게 좋다고 알고 있었기에 급하게 씻기고, 먹인 후에 재우려고 했는데 그러는 동안 이미 잠에 취해버린 아기는 배고프면서도 졸린 아기가 되어 버렸다. 배고프고 졸린 아기는 재워도 울고, 먹여도 운다. 엄마와 아빠도 어떻게든 충분히 먹인 후에 재우기 위해 애를 써보았지만 결국 아기가 이겼다. 쫑알이는 오늘 신생아 시절에나 했던 자면서 먹기를 하고 뻗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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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를 울면서 마무리했던 쫑알이지만, 대견하다. 아빠는 생활 패턴이 건강하지 못해서 최근에 야식을 끊고서는 밤에 배고파하다가 어제는 1시에 일어나서 따뜻한 우유를 한잔했다. 태어나서 35년이 넘었지만 끊지 못한 새벽수유라니. 내가 아기보다 나을 것이 뭘까. 아기들은 잘 안 될 때 울기라도 하지 어른들은 잘 안되어도 잘 안 되는 채로 남는다. 그리고 엉망으로 살아도 괜찮다며 나아지기를 거부한다. 아기들이 마음에 안 들거나 잘 안 되는 일이 있으면 아주 울어버리는 것은 사실 온 힘을 다해 나아지려고 노력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빠가 배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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