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 일기 D+63
쫑알이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났고, 많이 컸다. 부모는 매일 보기에 개구리 넣은 물 끓이듯 잘 모르지만,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너무 커져있다. 우리 쫑알이는 더 작고 귀여운 가벼운 생명체였는데 두 달 만에 아기가 우리 집에 있는 거다. 남들이 보면 사실 아직도 너무 작다고 하겠지만, 신생아 시절에 비하면 겉으로 보기에 두 배 정도로 커졌다. 이제 신생아보다는 아기라고 부르는 게 어울린다.
쫑알이는 몸이 커진 만큼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졌다. 움직이는 모빌을 볼 줄 알게 되었고, 아기 체육관에서 발차기도 할 수 있다. 분유도 한 번에 140ml 도 먹을 수 있고. 밤에는 한 번 자면 4시간 내리 자는 것도 가능하다. 목욕도 울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고 안아주지 않아도 낮에 혼자 등을 대고 낮잠도 잔다. 밤이 되면 잠투정을 하기도 하고. 뭐가 좋은지 배냇짓이 아니라 엄마 얼굴을 보면서 웃기도 한다. 신생아를 안 키워본 사람들은 모를 거다. 이 능력들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들인지. 한 달 만에 이렇게나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아기의 놀라움을 말이다.
쫑알이는 엄마, 아빠와도 많이 친해졌는데 아직 쫑알이가 한국말을 할 수는 없으니 엄마, 아빠가 쫑알이의 말을 대신 배우고 있다. '아↗우'는 좋다는 거다. '을-라'는 싫다는 거다. '에에에' 하는 건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거다. '응-애' 하고 우는 정석적인 아기 울음은 어디가 불편하다는 거고. 숨을 헐떡이며 '에엥~' 하고 우는 건 밥 달라는 거다. '아--앙!' 하고 우는 극대노 울음은 이미 늦었으니 일단 빨리 달래라는 거다. 뭘 물어보면 '으응' 하고 짧게 대답할 때가 있는데 가끔 정말 알아듣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으응' 하고 긍정의 대답을 한다. 엄마 아빠는 쫑알이가 어떤지 알고 싶어서 온 신경을 쓰고 있는데 쫑알이는 얼마나 우리를 이해하고 있을까.
아기가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개꿀잼인 일이다. 때로 육아는 힘들 때 '마법의 주문'으로써 개꿀잼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말로 개꿀잼이다. 얌전한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충만감과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한 노력. 그 노력이 허사가 될 때의 힘듦과 잘 달래졌을 때의 성취감과 같은 느낌은 평소에도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가끔씩 아기의 성장을 눈치챘을 때의 보람과 뿌듯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안정감과 보람, 성취감과 충만감과 같은 말들로 육아의 즐거움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아기 얼굴 보면 좋고,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아기이지만 또 안아서 달래주고 싶고, 잘 키워주고 싶고 태어나서 아기 안 키워보면 아쉬울 것 같고 그런 마음이다.
아 물론 나는 이번 한 번이면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