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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16일, 벌써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어요

아빠 육아 일기 D+16

by 퇴근은없다

쫑알이가 세상에 나온 지 D +16이다.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이 작은 생명체는 엄마 아빠에게 매일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빠를 보기 시작한다


가장 신기한 건 아빠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는 것이다. 처음엔 우연인가 싶었는데, 분명히 눈동자가 따라오고 있다. 아빠 얼굴을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면, 바로 눈동자가 움직이지는 않지만 1,2초 정도 기다리면 내가 움직인 방향으로 눈동자가 함께 따라온다. 눈 맞춤도 금방이지 않을까. 모빌에 달려있는 인형도 보긴 하지만 인형보다는 살아있는 아빠 엄마가 더 재미있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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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꽉 쥔다


손을 꽉 쥐는 힘이 제법 세다. 손가락이 노랗게 될 때까지 꼭 잡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 이 작은 손의 악력이 신기하다. 파악반사라는 자연스러운 반사작용이라 바록 쫑알이라 원한 것은 아니지만 내 손가락을 억지로 넣어서 첫 손잡기를 해보았다. 이렇게 작은 손가락으로 나를 꽉 붙잡다니 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다 해줄 수밖에 없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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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을 준비한다


말하기 시도는 쫑알이가 세상과 소통하려는 본능적인 노력이다. 요즘 병원에서와 다르게 부쩍 말이 많아졌다 "응", "아" 같은 한 소리들도 있고, "에엥", "으에", "어우" 하고 두 음절로 말하기로 한다. 옹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가끔가다가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때마다 나도 "우엉" "이엥" 하고 비슷한 소리로 대화를 시도해보고 있다. 아직 서로 소통이 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언제가 말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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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속싸개를 풀어놓으면 제멋대로 움직이던 팔다리였는데, 밥 다 먹고 편안히 있을 때는 얌전히 차렷 자세를 하고 있는 일이 많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기지개도 하는데 어른보다 시원하게 하는 것이 그동안 기지개 안 할 때는 찌뿌둥해서 어쨌나 싶다. 아빠는 이제 저렇게 팔다리를 쫙 펴서 기지개를 켜면 쥐가 나곤 하던데, 나 대신 기지개 시원하게 잘 펴줘서 나까지 개운하다.



몸이 커진다. 아주 빠르게...


분명히 지난주 에는 아기띠에 넣으면 목 보호대 바깥으로 머리가 쏙 들어갔는데 지금은 정수리가 튀어나온다. 한 2센티는 커진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커도 되는 걸까. 최근에 밥을 많이 먹이고 있어서 살도 잘 찌고 있어서 정말로 '자고 일어나면 달라진다'라고 느낀다. 예전에는 그냥 과장이 섞인 표현법이라고만 생각했던 말인데, 글자 그대로의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기는 너무 빨리 큰다. 이렇게 한 손에 들어오는 쫑알이를 만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 매번 아쉽다.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기저귀 갈고 분유 타고 트림시키다 보면 그럴 틈이 없다. 우는 아이 달래주는 게 우선이라 그 사이에 카메라에 손이 잘 안 가는데 오늘부터는 작은 쫑알이가 그리워질 나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한 템포 천천히 움직여보기로 한다.


세 번 우는 동안 카메라 가져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그리고 아까 보여줬던 표정 한 번만 더 보여주면 안 되니. 어깨를 들썩이면 웃는 모습 찍고 싶었는데, 혹시 그게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이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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