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연장의 기술

112일차

by 퇴근은없다

쫑알이는 웃음이 많아졌다. 어디가 아프거나 깜짝 놀라면 "히익!" 하고 울기 시작하는데, 내가 똑같이 얼굴을 찌푸리고 '히익!' 하고 따라 하니, 재미있는지 소리 내서 웃는다. 3번쯤 하고 나면 또 안 웃는다는 것이 아쉽지만 또 재밌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면 잘 웃어준다. 일주일에 한 번 어쩌다 웃어주던 한 두 달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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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많아졌다는 건 좋아하는 것이 명확해졌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것이 명확한 만큼 싫어하는 것도 분명해졌다. 전에는 어떤 식으로 놀아주던 별 차이가 없었다면. 지금은 하고 싶어 하는 놀이가 있는 것 같다. 모빌을 보거나 아기 체육관을 하거나 동요를 듣거나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 좀 지루해지면 찡얼거리는데 그냥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놀아주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지루하게 대강 시간을 보내면 잠도 잘 안 자는 것 같아서. 잘 재우기 위해서라도 잘 놀아주어야 한다.


100일쯤 된 쫑알이의 이상적인 하루는 7시 기상부터 시작해 낮잠 3번, 저녁 7시 20분 밤잠으로 마무리된다. 일과표대로만 되고 수유도 잘 된다면 편안한 하루다. 여러 난관 중 요새 가장 힘든 건 잠 연장이다. 100일쯤 된 아기는 아직 스스로 잠을 연장할 능력이 없다. 아기의 수면 사이클은 약 40분으로 성인의 90분보다 훨씬 짧다. 한 사이클이 끝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서 살짝 깨는데, 이때 스스로 다시 잠들지 못하면 완전히 깨서 울어버린다. 밤잠은 괜찮지만 낮잠은 쉽지 않다.


30-40분 지점이 결정적 순간이다. 5분 전부터 방 앞에서 긴장하고 대기한다. 잠 연장이 너무 어려워서 커튼도 암막으로 바꿨다. 조금이라도 환경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이다. 잠 연장을 잘하려면 관찰이 중요하다. 내가 아기가 되었다 생각하고 지금 얼마나 잠들었는지 파악해서 전략을 세운다.


아기가 졸리다고 울기 시작하면 먼저 진정시킨다. 한 손은 가슴에, 다른 손은 어깨를 토닥이며, 다리가 뻗치면 팔꿈치로 살짝 눌러준다. 진정되면 점차 토닥임을 줄인다. 너무 진정이 안 되면 백색소음도 켜고 쪽쪽이도 동원한다. 쓸 수 있는 건 다 써본다.


목표는 혼자서 깊은 잠에 드는 것이니, 점차 개입을 줄여야 한다. 숨을 고르게 쉬지 않거나 실눈을 뜨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고개가 나를 안 보면 좋은 신호다. 쫑알이는 잠들며 미소 짓는데, 입면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다. 가슴에 둔 손은 가장 마지막에 뺀다. 조금씩 무게를 줄이며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게 포인트다. 손을 떼고도 5분은 지켜봐야 한다. 다시 깰 것 같으면 재빨리 개입한다.


처음 잠들 때부터 토닥임을 최소화해야 나중에 혼자 잘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막상 아기가 보채면 빨리 재우고 싶은 마음에 토닥임이 과해진다. 악순환이다. 결국 매번 같은 수준의 개입이 필요해지고, 잠 연장은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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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도 5분 안에 다시 깨는 경우가 많다. 그럼 다시 들어가 처음부터 시작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빠도 지쳐버리고 개입을 줄이기는 무슨. 아기 토닥이다가 옆에서 같이 자버릴 때도 있다. 아빠도 피곤하니 꿀잠 자며 체력 회복이다. '재운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깨달았다. 아기는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재워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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