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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영 Nov 05. 2022

10월 29일

국화보다 장미가 더 어울렸을 그들을 보내며


모두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주 토요일에서 일요일이 넘어가는 시간. 서울 길거리에서 156명이 사망하고 157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당일, 가족들이 서울에 놀러 왔다. 마곡지구에서 한적히 공연을 보고 서울 식물원을 걸었다. 우리는 핼러윈의 밤이니 이태원이 장관이자 절경일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그곳으로 향하려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는데 믿기지 않는 소식이 덮쳤다. 오보이길 바랬다.


사고가 터지자 누구에겐 추모의 시간이고, 누구에겐 추궁의 시간이었다. '참사'냐 '사고'냐, '희생자'냐 '사망자'냐 싸우는 사람들을 보며 환멸이 났다. 애도의 방식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나는 논리적이지 못한 사람이라 책임과 책무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슬픈 감정이 앞섰다.


그렇게 주를 멍하게 보냈다. 직장 거래처 사장님은 지인의 자녀가 그곳에서 기절했다가 이제 막 깨어났다고 했다. 친구의 직장에도 평소 수재였던 고등학생 친구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비극은  겨우 이번엔 우리가 아니었을 뿐이다.


모두 각자 본인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있음을 의심하진 않겠다. 다만, 나는 사고의 원인과 규명에 앞서 온 마음을 다해 그들의 가는 길을 애도할 뿐이다.


사고 이후 유품•유실물 센터에는 앳된 운동화들이 성치 않은 모습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국화보다 장미가 어울렸을 친구들. 삶을 누리지 못하고 떠나간 생을 위해 기도한다. 그들이 미처 하지 못한 것들을 살아가는 자들이 채울 수 있기를. 깊이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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