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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의 서울 공약은

역사는 방향보다 실행을 기억한다

by 빵부장



요즘 문득 궁금해서 이번 조기 대선의 서울 공약을 찾아봤다.
그런데 ‘서울’만을 다룬 공약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대부분은 ‘수도권’ 이라는 이름으로 광역권 단위의 구상에 묶여 있다.

신임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와 인천 지역 국회의원을 거쳤기 때문인지, 서울은 독립적인 공간이라기보다 경기·인천과 함께 묶인 거대한 권역의 일부처럼 다뤄지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서울은 그냥 수도가 아니다.
여기에는 산업이 있고, 기술이 있고, 문화가 있고, 사람들의 기억과 땀이 있다.
이미 오래전에 형성된 생태계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지금도 살아 숨 쉰다.

서울은 누군가에겐 한낱 플랫폼일 뿐이다. 정치의, 행정의, 부동산 투기의 플랫폼. 국민주권정부가 내놓은 서울 공약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여의도와 용산의 금융벨트, 구로·금천·테헤란로·양재의 AI·IT 기반,
홍릉과 상계의 바이오메디컬, 성수·동대문·세운상가의 도심제조업, 상암과 도봉의 콘텐츠 허브.

이건 ‘새로운 서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서울’을 만들겠다는 뜻에 가깝다. 그러니까, 서울을 다시 만드는 게 아니라, 서울을 다시 읽자는 말이다.
허허벌판을 밀고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라,
이미 살아 있는 곳에 숨통을 틔우고, 연결하고, 살려내겠다는 기획이다.

도시는 단지 행정구역이 아니라 삶의 축적이다.
정치는 그 축적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보듬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좋은 방향이다.
도시는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하고,
정치는 도시를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방향만으로는 도시가 걷지 않는다.

역사는 방향보다 실행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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