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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라a Oct 18. 2021

내리사랑

당신에게 내리사랑은 어떤 의미인가요?

 내리사랑은 그냥 기분 좋은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동생이 생기면서 첫째를 소홀히 하지 말고 더 사랑해 줘야 한다고, 나름의 경각심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째 육아가 힘들고, 미운 여섯 살이어도 첫째를 더 사랑해 주라는, 위로와 같은 말로만 생각했다.

내리사랑: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사랑함. 또는 그런 사랑.
특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이른다.

 그런데 이 내리사랑이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로 담지 못하는 깊이가 있다. 바로 이런 내리사랑이 손아랫사람, 즉 동생에게도 전해진다는 것. 사전적 의미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히 부모의 사랑을 이르는데, 이 내리사랑이 손윗사람인 별아이에게서 손아랫사람인 두찌로 전해진다는 사실에 감동스러운 요즘이다.

우리 아이들은 네 살 터울의 자매이다. 임신했을 때 동생을 얼마나 사랑해 줄지, 지금 받는 사랑의 기울기가 동생에게로 기울어지면 받을 감정적 변화가 별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걱정이 앞섰다. 나 스스로도 별아이에게 쏟아붓던 그 사랑이 다른 존재로 나뉘게 될 것을 실감할 수 없어 더 긴장했을지도 모른다.

우린 너무 사랑하고 너무 사랑하고 너무 사랑한다

 한여름, 막달이 접어들었을 때, 공교롭게도 10층인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하는 바람에 한 달을 직장 근처에 우리 셋이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별아이와 많은 교감을 하며 공감도 하고 또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모른다. 한여름이었음에도 청계천, 박물관, 카페 등을 오가며 도란도란 친한 절친도 이런 절친이 없었고, 잠자기 직전까지도 손을 잡고 이야기하고 까르르 웃기도 하고 또 다큐 프로를 보며 감탄하기도 했고 잠이 들어 코를 골 때까지 엄마 라디오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댔다. 시원한 밤공기를 느끼며 잠잠해진 도시를 달리기도 했고 잠들기 직전의 달달한 아이스크림 일탈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동생을 맞을 준비를 함께 했다. 덜 사랑하거나 동생을 미리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있는 힘껏, 마음껏 그대로 별아이를 사랑했다.

 막달에 느껴지는 태동에 동생이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기도했다. 어느 순간이 되니 별아이는 엄마와 가득 채운 사랑 보따리를 풀어 동생에게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별아이는 동생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수술 후 아파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아주던 별아이

둔위회전술을 하면서 아기를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되었고-회전술은 실패했다- 또 생각지 못한 수술을 했다. 개인차이가 있지만 수술에 나는 너무 힘들었고 아팠고 괴로웠다. ‘이따 만나-‘하고 헤어졌던 엄마는 동생을 데려오긴 했는데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별아이다. 병원에 있으면서 안아주고 함께 걸어주고 손 잡아주던 그 모습을 다시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너무나 따뜻한 마음이었다.

 

아침 기저귀 당번은 물론 동생 곁을 지켜주는 별아이

조그마한 아기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작은 거인이었던 별아이는 아가가 오면서 큰 아이가 되어버렸고, 그래서 작은 아기에게 조심스러워야 했다. 어른들 역시 별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긴장되었다. 하지 말라고 혹은 너무 심한 주의를 주지 않기로 어른들은 주의했다. 별아이도 이를 아는지 동생을 조심조심 아껴주기에 스스로 적응하는 모습이었고 그 마음에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별아이의 사랑 보따리가 참 깊다고 느끼며 고마웠다. 그 보따리에서 나온 넉넉한 마음이, 따뜻한 행동이 참 많이 고마웠다.

 

부모와 함께 동생을 맞을 준비를 마친 첫째는 둘째를 봐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동생의 존재를 잘 받아들이게 하는 것, 동생을 가진 부모는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고민이다. 왕할머니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못해 매일 철철 넘치게 받는 별아이에게 이 또한 엄마의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랑이 커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이 고민의 해결방안이었다.


 우린 동생의 존재를 함께 인지했고 별아이가 받고 있는 사랑에 사랑의 네임태그를 달아주었다. 사랑은 당연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당연하게 받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이 받고 있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라면서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고마운 것인지 더 깊이 알게 되리라.

 자신이 받는 배려가, 관심이 그리고 따스한 눈빛마저 어떤 사랑인지를 알게 되면 아이는 이런 사랑을 표현할 줄 알고 이 표현을 동생에게 할 줄 알게 된다. 엄마는 그런 별아이의 행동에 감동스럽고 또 감격스럽다. 그리고 참 많이 고맙다.

 매일매일이 육아 전쟁이지만 아이들의 눈 맞춤과 행동에 넉넉함이 깃드는 요즘이다. 이제 두찌녀석도 언니의 사랑을 아는 것인지 언니만 보면 신나 춤추듯 발을 구르고 까르르 웃고 뚫어져라 언니를 쳐다본다. 신기하다. 이 상태로라면 ‘엄마’라는 말보다 ‘언니’라는 말을 먼저 할 기세다. 부럽다.

이것저것 갖고 싶은 게 많은 별아이는 동생을 사랑하는 그 마음에 자신을 위한 선물마저 동생을 위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종종 있다. 우습기도 하고 얄밉기도 한 그 핑계에도 슬쩍 눈을 감아준다. 자신이 산 인형을 슬며시 동생 다리 사이에 끼워주고-뒤집기를 하는 두찌를 뒤집어지지 말라고- 잠이 드는 별아이다. 이런 별아이의 사랑은 위대하다.


 두 숙녀들의 코골이가 깊은 밤이다. 오늘은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또 얼마나 서로의 얼굴을 보았는지 코골이의 깊이로 가늠해 본다. 자면서도 웃는 아이들이다. 그런 웃음에 나 역시 미소를 머금고 잠을 청해 본다. 행복한 향이 솔솔 나는 그런 밤이다. #사랑한다 딸아, #사랑해 엄마 아빠가



-처음 둘이 맞는 어린이날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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