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 자매 이야기
보라색 펄 아이쉐도우를 눈두덩이에 살짝 터치하는 게 예뻐 보이던 대학생 시절, 보라색을 바른 모습이 참 예뻐 보였던, 내가 많이 따르던 소연언니가 있었다. 내가 아는 예쁜 언니들 중 내 눈에 제일 예쁜, 아주 똑똑하고 예쁜 유학파 언니였는데 나이 차이도 좀 있고 또 한편으론 선배의 여자 친구로서, 남녀관계가 깨지자 만나지 못하게 된, 아쉬운 언니였다.
그리고 내겐 매일같이 통화하고 즐겁게 놀도 비올 때도 맑을 때도 함께했던 친한 여자 대학교 후배가 있었다. 학과 후배 중에서도 아끼고 좋아하는 여자 선후배도 많았지만 이 친구는 그냥 동생으로서, 맘으로 서로 너무 아꼈고 이런저런 얘기로 그 친구 집에서 밤새 얘기하며 지낸 적도 있을 만큼 많이 친했다. 그런 경험이 거의 없던 내게 소중한 인연이었던 여동생이었는데 그 친구의 간접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실수로 서로 민망했고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일부러 하지 말라는 말도 없었지만 서로 너무 아끼는 마음이 조심스러웠는지 그렇게 멀어졌고 처음으로 마음이 아픈 느낌마저 받은 소중한 인연이었다.
물론 지금도 친한 동생도 언니도 있지만 자매 같은 느낌으로 맘같이 친하게 싹싹하게 표현하기가 잘 안 되는 엄마다. 그래서 아주 친한 언니나 동생 혹은 여자인 친구-결혼을 하고서 가족 집중적이게 되다 보니 많았던 친구도 거의 보지 못했다-를 계속 만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참 좋아 보이고 가끔은 부러운 맘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맘이 들 때면 한 번씩 그냥 친구한테 전화해보기도 하는데 중고등학교 때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맘 같아서는 만나고 싶은 여자 사람 친구, 동생들 언니들 다 만나고 싶은데 그러다 육아나 생활에 밀려 그런 연락도 뜸해지고 마음만 남기 마련이다. 마음만은 진심인데 만나기가 참 쉽지 않아 아쉽고 미안하다. (하지만 항상 만날 날을 위해 노력하고 기대한다)
딸 하나를 낳고 딸 둘을 낳으니 이 둘의 관계가 참 좋아 보이는데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언니, 여동생의 느낌. 네 살의 나이 차이가 조금은 큰 편인데 여섯 살 언니가 양보하는 모습, 놀아주는 모습이 여간 신기하고 부러운 게 아니다. 다음 달이 돌인 두찌도 많이 커서 언니의 그런 대응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둘 낳기를 참 잘했구나, 감사한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사실 옥신각신 할 때도 있다. 매일이 평화롭고 서로를 위하는 나날 만은 아닌 게 사실이다.
아직 뺏고 뺏기는 관계는 아니다. 이는 별아이가 아주 많이 양보하기 때문인데, 첫째라서 무조건 양보하기보다는 아직은 어리니까 뺏기 이전에 거래를 하길 권했고 언니를 괴롭히기보단 언니와 함께 놀기 원해서 하는 행동이라 알려준다. 고맙게도, 별아이는 본인이 속상해서 잉잉거릴 때가 있지만-이 때는 별아이에게 공감하길 잊지 않는다-그래도 곧 동생을 돌봐주고 안아주고 토닥여준다. 참 고마운 언니다.
그냥 동생이 생겨서, 어린 아기가 귀여워서 잘해주나 보다 이해한 엄마는 요즘 들어 언니 없는 엄마가 덜 공감한 거구나 싶는 마음이다.
언니의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 하고 언니 미소와 함께 웃고 언니의 미소에 답한다. 화장하는, 팩을 하는 언니만 쳐다보는 여동생의 모습-좀 더 크면 같이 어지간히? 멋 부리겠다며 웃으시는 할머니의 웃음도 있다-자매들만의 모습 이리라. 말로 열거하기엔 부족한 여자들의 공감대가 (벌써) 있다. 재미있다.
다음 달이면 돌인 두찌. 아직 돌도 안된 아가인데 언니 따라 배우고 아는 게 많아서인지 확실히 더 꾀돌이고-어른들은 속에 노랑 쥐가 들었다고 언니 이겨먹겠다 하신다-좀 요령이 있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동생에게 깊은 사랑을 주고 표현해주는 별아이는 참 멋지다. 부디 이 멋진 마음이 서로가 자라면서 식어지지 않길 언니도 동생도 함께이길 바라본다. 언니로서 일방적인 게 아닌,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깊어지고 성숙해지길.
오늘도 아침이 밝았다. 조금 더 자고 싶은 두찌는 앵앵거리며 잠을 깨려는데 언니의 미소에 울음을 멈춘다. 엄마의 미소 당번은 이제 언니에게로 넘어갔나 보다. 참 이쁜 아침이다.
오늘도 하루가 분주하다. 우리 아가씨들이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낼 것인지 기대가 된다.
아가씨들, 오늘은 아웅다웅 보다 서로 사뿐사뿐 걷는 이쁜 날 보내자고~ 어제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