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비트에 미소를 담고 싶다.
육아 휴직 중 좋은 점은 잠과 관련이 되어있다. 일찍 자는 것도 아니고, 늦잠 자는 것도 아니며 많이 자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둘째를 재우고 나면 어김없이 11시가 넘어있어 첫째와 그때가 되어서야 잠을 청하고 더 늦기도 다반사다. 새벽 수유를 해야 하므로 통잠은 물 건너갔고, 세시든 다섯 시든 둘째가 콜 하면 일어나야 한다. 아침이 되면 그러거나 말거나 첫째 등원 준비를 해야 하므로 늦잠도 물 건너간다. 그런데 이런 잠의 패턴 안에 가장 좋은 순간이 있다. 그건 바로 아침에 눈을 뜨면 눈앞에 바로 나, 엄마가 미소 짓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배시시 웃으며 눈 비비는 첫째는 한참을 안고 침대에 뒹굴거린 다음 일어난다. 이후 30분 초스피드로 등원 준비를 마치느라 진 빠지는 아침의 연속이긴 하지만 우린 그 아침의 뒹굴거림을 너무 행복해한다.
둘째의 새벽 수유가 아침까지 진행이 될 때면-애매하게 이른 아침이 될 때가 있다-잠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둘째도 아기 침대를 탈출시켜 첫째 옆에 뉘이고 자연스럽게 언니를 깨우게 둔다. 잠버릇이 발차기인 언니지만 어떻게 아는지 동생 옆에 배시시 웃으며 붙어 안아준다. 그렇게 우리 셋은 뒹굴거린다. 일어났또요!??? 를 외치며 까르르까르르 아침을 깨운다. 이렇게 눈 뜨기도 전에, 혹은 눈을 뜨기도 전에 우리들이 당연히 미소 짓는 건 미소 당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를 낳기 전, 첫째 육아 때, 나는 미소 당번 때문에 새벽 운동을 포기했다. 출근에 퇴근 후 육아는 내 시간 안에서 운동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모두 잠이 든 새벽만이 유일한 자유시간이었는데 헬스장을 가기 위해 잠든 아이에게 뽀뽀만 남기고 이른 출근을 한 적도 있었고, 얼굴은 보고 나오고 싶어 집 앞 공원에 이른 조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깨는 그 타이밍을 잘 못 맞추겠더라. 하루 중 아이의 비트가 시작되는 그 순간, 나는 나의 미소로 아이의 시작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최애 시간인 운동을 포기하고 미소 당번을 자처했다. 아이가 깰 때 옆에 붙어서 웃음과 함께 굿모닝, 뽀뽀를 매일 해주었다.
눈 뜨자마자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기 시작한 건 첫째가 아가였을 때부터 시작했고 지금은 둘째도 함박웃음이란 걸 엄마한테서 배우고 있다. 엄마만 보면 더 좋아서 더 잘 웃는다고 하지만 엄마가 유독 더 많이 웃어서 엄마를 보면 같이 웃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만큼 엄마 보면 더 크게 웃고 요즘은 D자 입으로 나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하루의 비트를
미소로 시작했으면 좋겠어.
얼마나 신나니?
아이들의 비트는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너그러운 미소가 됐든 싱그러운 웃음이 됐든, 눈을 뜨면서 웃는 습관은 아이들의 삶이 보다 더 상쾌하고 신날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로 우리 별아이는 아침잠에서 깨어 울어본 적이 없다. 낮잠 중에 이유 없이 운 적은 있었는데 이에 익숙지 않은 엄마는 이유가 없는데 왜 울지 하며 엄청 고심했더랬다. 알고 보니 그게 잠투정이었다. 이해를 못했다, 자고 일어나서 운다는 사실을. 그만큼 우리는 일어나서 잘 웃고 미소 지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워낙 어린 두찌는 울 때가 있다. 낮잠 진하게 자고 나서 배고파 울 때. 그런데 정말 희한한 건 그래도 웃으면서 우리 공주 잘 잘또요?!!?? 하면 이 아가가 울긴 울어야겠는데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니 웃기도 해야겠는지 삐죽삐죽 웃기도 했다가 울다가 웃고 그런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정말 신기하다.
웃음치료사 1급 자격증을 어디에 쓰지? 하며 자격증을 따고도 의문을 가졌을 때가 있었다. 웃음치료사로서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진 않지만 그 과정에서 참 중요한 것을 배웠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에요.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기는 거예요.
웃을 일이 없는 널찍한 강당에 수줍기로 1등인 대학교 신입생 때 학부생들이 모여 자격증 이수 수업을 듣는데 웃으란다, 그냥 웃기 시작하란다. 읭!? 강사분이 어찌나 호탕하게 웃으시던지, 정말 웃는 것도 연습인가 보더라. 킥킥 큭큭 웃다 보니 어느새 웃음소리가 커지고 이젠 웃지 말라해도 웃는 모습에 막 웃고 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이상하게 머리가 맑아지고 기운이 샘솟았다. 나는 이 경험으로 이 자격증의 효익을 톡톡히 봤다.
좋은 꿈을 꾸든, 나쁜 꿈을 꾸든. 조금 더 자고 싶든 그렇지 않든, 일단 웃는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면 아이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다. 정확하게는 목소리가 밝아진다. 좋을 때만 웃는다는 일반적인 공식으로 생각하면 좋은 꿈을 꾸었을 때만, 혹은 충분한 잠을 자고 기분 좋게 깼을 때만 미소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아침에 눈을 뜨고 미소를 짓는다면 아이들의 비트는 미소부터가 시작이다.
우렁찬 아침 인사 소리가 들린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이지만 매일같이 반갑고 신나는 아침의 소리는 나의 가족 전체의 행복감을 갑절이 되게 한다. 매일매일 행복이 갑절이 되는 날들에 감사하는 우리가 된다. 그렇게 나의 미소당번은 오늘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우리 아이들의 비트에 미소를 담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