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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17. 2021

오래의 오래, 까마득한 오래 전의 이야기

나는 어떻게 여기에서 나인 걸까요

오늘 아침에는 이런 책들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위의 두 권은 호메로스를 비롯한 고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고, 맨 아래 책은 그보다 더 오래된, 오래되었다는 말로도 형용이 잘 안 되는 태초의 시간을 다루는 책입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오래된 오래'에 쉽게 매혹되곤 하는 저에게는 비슷한 이야기로 읽힙니다.


오래 전, 이 땅에는 무슨 이야기가 있었을지. 이 우주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지금 우리가 여기에, '없지 않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이런 세계가 가능하며 나는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아주 똑똑한 사람들은 이런 실존적인 질문을 어릴 때부터 던진다고 해요. 일런 머스크도 10대 초반에 이미 실존적인 고민을 했다고 하더군요. 치열한 고민과 오랜 탐독의 결론이 '세상을 더 이롭게 하는' 나름의 방법이었던 것 같고요. 물론 그의 괴짜 같은 면면들이야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고 인류에, 아니 우주에 오래 기록될 매우 중요한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저에게 이런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롭게 읽힙니다. 이미 '우주'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일상에서는 이미 특이한 덕후와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쉽게 꺼내지는 못합니다. 희한하다는 눈초리로 '응? 방금 뭐라고 한 거지?'라는 표정을 짓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드물게 흥미를 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어보기도 하지요.


맨 아래에 있는 이 책 『기원, 궁극의 질문들』은 우리학교 책모임에서 읽어보자고 추천한 책이기도 합니다. 물론, 바로 채택될 것 같진 않네요. 첫 책은 아이스브레이킹용으로 좀더 얇고 쉬운 책을 선정하게 될 듯 해요. 아직 서로 어색한데 만나자마자 갑자기 세상의 기원을 논하자면 좀 머리가 아플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살아가면서 꼭 한번은 제대로 던져봐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문득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어, 이 낯설고 이상한 느낌은 뭐지,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하고 생각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이내 그런 느낌이 불편해서 머리를 흔들어 잊어버리려고 하곤 했었지요. 그런 때에 질문이나 생각에 깊이 빠지기보다 친구들을 만나 실컷 노는 쪽을 택하는 유형이라 실존의 문제 따위 뭣이 중한가 하는 식으로 어린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그때는 지금처럼 뭔가 알아볼 수 있는 자료나 플랫폼도 별로 없었으니까요.


집 근처에 좋은 도서관이이나 큰 서점이 있었으면 제 인생도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책을 사주셔도 금세 다 읽어버리곤 했지요. 동네 작은 책방은 책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어 다채로운 책을 접하기도 어려웠고요. 책 대여점이 생겼어도 베스트셀러 소설(사람들이 너무 많이 빌려 봐서 너덜너덜해진) 외에 색다른 책을 접해보기는 어려웠고요. 온라인 서점 따위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어린 시절의 책사랑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는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푹 빠져서 책과는 아예 결별하게 되면서 종식에 이르고 맙니다. 책 없이 보낸 학창시절이 그렇다고 나빴느냐 하면 친구들과의 추억으로 그득 채워져서 오히려 행복했다, 하는 쪽에 가깝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좀더 일찍 책읽기의 재미를 알았다면 내 인생이 더 단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학생들에게도 책을 권하고는 합니다. (독서 편력이 언제 어떻게 다시 시작되었는지는 다른 글에서 다시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세상에 대한 공부가, 더구나 수천 년, 수십 억년 전에 관한 지식이 당장  삶을 바꿔주지는 못하겠지만,  삶의 시야를 현격하게 달라지게 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건 마치 부모를 몰랐던 아이가 '나의 엄마, 나의 아빠' 누구였는지를 알아가는 것에도 비견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걸 모르고도 살아갈  있겠지만, 알게  사람의 인생은  전과는 결코 같을  없겠지요. 여러분이 지금 ,  자리에서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봤으면 해요. 책으로 시작하기 어렵다면 유튜브에 정말 다양한 강연자료들도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  『기원, 궁극의 질문들』도 원래는 2019 카오스 재단에서 개최한 대중 강연을 바탕으로 기획된 책입니다. 링크는  아래)


이 책이 나오기 전, 2015년에 이루어진 카오스 강연은 좀더 접근이 쉽습니다. 이 강연으로는 카오스 사이언스 시리즈의 첫 책인 『기원』으로 출간된 바 있습니다(이 책으로 작년에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자유학기 수업을 진행해 보았어요. 놀랍게도 이 어린 학생들도 여기에 담긴 내용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이 강연의 링크도 아래 달아둘게요.


앎의 기쁨을 누군가와 함께 누려볼 수 있다면 더더욱 즐거울 것 같아요. 세상의 변화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흐름을 거부할 수 없다면, 함께 웨이브를 타보는 건 어떠할까요.



1) 2015 봄 카오스 강연 'ORIGIN - 기원'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6JaoI65FbZZ3U9rcfpE6EXb-DBEE3Fo1


2) 2019 봄 카오스 강연 '기원, 궁극의 질문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6JaoI65FbZZHIYoETTHCtwig4HN3ic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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