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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Aug 06. 2021

두근두근 메타버스 책모임

우리의 첫만남


어제는 드디어 책모임 첫 만남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래는 방학 중에 다같이 모여 미팅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상황이라 만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교사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툴인 줌zoom에서 만나볼까 했는데, 멤버 중 한 선생님께서 요즘 트렌드라는 그 메타버스 플랫폼 중 게더타운(gathertown.com)을 소개해주셨어요. 요새는 메타버스로 각종 모임을 하는 곳도 늘고 있다고 하더군요.



게더타운 내에 룸을 만들고, 여기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대화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화이트보드 기능도 있고, 줌처럼 화면을 공유하여 ppt 등의 파일도 활용할 수 있어요. 어제 모임에서는 화이트보드는 못 써봤네요. ppt는 달랑 세 장짜리이기는 했지만 한번 공유해봤는데 잘 되더라고요 :)


사실 게더타운을 이용하면서 책에 대한 대화를 주로 나누느라 쏠쏠하게 여러 기능을 써보지는 못했어요. 25명까지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인원이 이 이상 넘지 않는 경우에는 학생들과 사용해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서 생사여부도 같이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훗훗. 아바타가 멀리 가면 비디오가 흐려지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니 반드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요.


자, 게더타운 이야기는 이쯤 하고요.




어제 첫 모임에 나누기로 한 책은 『노마드랜드』입니다. 저녁을 먹고 좀 분주한 시간이었을 수도 있는데, 저 포함 총 네 분의 선생님들이 참여해서 대화를 나누었지요. 참석한 네 사람 중 세 사람이 책을 다 읽어 왔습니다! 은근 페이지가 많고 진도가 술술 나가는 책이 아니라 읽어나가기 쉽지만은 않았는데(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문체가 매우 건조하고 비슷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져 몰입이 어려웠어요) 첫 모임에 이렇게 성의를 보여주셔서 감사했지요.


원래 돌아가면서 발제를 맡아 내용을 정리하고 테마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첫 모임이라 부담없이 아이스브레이킹 겸 하려고 한 거라(거기다 온라인이라는 제약도 있고) 어제는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노마드랜드』와 관련해서는 이런 토픽들이 나왔습니다.


-5포세대라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남의 일이 아닌 것. 하우스리스의 삶이 해답일까?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 그렇다면 각자의 재정에서 부동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 비율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사례.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노마드들의 회합을 보면서, 노후에도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네트워킹하려는 노력이 필요함.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노력들이 있을까?


이렇게 명문화하니 좀더 주제가 뚜렷해지네요. 어제 모임하면서 바로 적어서 공유했더라면 좀더 심화된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아쉬움이 있고 반성이 있다면, 다음 번에는 좀더 나아지겠지요 :) 그 다음 번에는 더더 좋아질 거고요.


어제 대화 중에 나왔던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는 건, 미국의 모기지 사태를 멀리서는 비판할 수 있지만 사실 자본주의라는 것 자체가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고, 우리 또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부동산을 매매해서 내가 거기에서 시세차익을 누린다면, 그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지요.


월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런 greedy 사람들' 하고 쉽게 손가락질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인간의 '불안과 욕심' 우리 삶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되고 우리 개개인이  구조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인간이 삶을 구축하는 원동력이 되는  욕망을  나쁘게만   있느냐 하는 의문점도 있을 거고요(이상 주된 골자는 다른 선생님의 의견입니다. 저 역시 공감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완벽한 체제는 없으니 그 구조 자체나 근간을 흔들 수는 없어도, 제도를 보완하거나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식으로 개선하는 노력도 의미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각자가 자기가 선 자리에서 목소리도 내고,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정치인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고, 누군가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적으면서도 공부가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상적이고 자극적인 뉴스, 카더라식의 썰에 우리는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으며, 각자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는지. 거대한 세상에서 개인의 힘은 너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 이전과는 다른 점이겠지요. 이렇게 모일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글로도 써서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각자가 교실에서 학생들과의 수업과 대화를 통해 작은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니까요. 교사가 아니라도, 누구든 각자가 선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지평이 또 다양할 수 있는 거겠지요. 저희로서는 전혀 보지 못하는 전혀 다른 면이 있을 거고요.


어제 아래와 같은 자료를 보면서 깊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764370&fbclid=IwAR32St2dCRvdNT_hx8u6VwEOBCe_BrgHOUfOXZqXn_3Ma3WtJ0_aWtZL5II



바로 이 자료인데요, 2021년 7월 한 달 동안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입고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예전에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일을 하다 사망한 20대 청년의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고 함께 슬퍼하며 애도했었지요. 그런데 그런 사건사고가 이렇게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한 달 동안에만 71명, 하루에 두 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가히 재난국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온국민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코로나로 인한 사망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은 수치입니다.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으로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도 기가 막힐 정도로 많습니다. (굳이 통계자료를 첨부하지 않아도, 포털에서 조금만 검색해봐도 무수히 많은 자료가 쏟아질 겁니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가르쳐야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제 모임 중에서도,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해법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과 고민 속에 조금씩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첫모임이라 나름대로는 이런저런 준비도 해보고 애써보았는데, 그럼에도 어설프고 산만한 감이 있어 참석한 선생님들이 어떠셨을지 모르겠어요.


다음 번 책은 제가 이전에 브런치에 추천하기도 했었던(링크는 요기​​)  『기원, 궁극의 질문들』로 선정했습니다. 『노마드랜드』처럼 한번에 읽기는 쉽지 않은 책이라 챕터를 나누어 한 번에 한 사람씩 정리해서 진도를 나가보기로 했지요. 이 책도 각계의 석학분들이 강의해주신 내용을 모아둔 원고이기도 하고요. 저는 맨 처음으로 렉처 1, 2를 정리해 발제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순서를 나누어 맡아주실 예정이고요. 쉽지만은 않겠지만, 모임 중에 과학을 전공하신 분도 두 분이나 계시고 수학 선생님도 계시니 기대가 됩니다. 훗훗.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 요런 우리끼리 해보는 '알쓸신잡'이기도 하고요.


이 모임이 앞으로 어떤 양상을 갖게 될지, 어디로 가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모르니까, 모르기에,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도 또 하나의 배움이고 성장의 경험이겠지요 :)


계속 변화하는 세상에서 십대인 학생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배워야 할 겁니다. 호스트인 제 얘기를 하다가 젊은피, 시삽 이딴 얘기 했다고 올드한 용어를 쓴다며 쿠사리를 먹기도 했지만 깨지더라도 계속 배워볼 겁니다(흥). 배우는 걸 멈추는 순간 우리는 제자리가 아닌 세상의 방향과는 반대로 뒤로뒤로 가게 될 테니까요.


그럼, 다음 번 모임도 은근히 가열차고 재미나게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즐거운 불금 되십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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