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보드라운 입술이 내 입술 위에 닿으니
지난밤에 머물러 있던 내가 깨어난다.
줄곧 어제에 머물렀던 나는 엉겁결에 어슴푸레한
오늘을 맞이한다.
아침밥을 오물오물
한 숟가락도 그냥 먹는 법이 없다.
그의 오른손은 포크레인
삐이삐이 삐- 입 창고로 쑤욱
그의 왼손은 타워 크레인
삐이삐이 삐- 입 창고로 쑤우욱
손을 웅크리고 꺾어 만든 내 손은
흙퍼 흙퍼 덤프트럭
나의 손에서 거품에 씻겨지고 말끔해지는
다 먹은 그릇들
까치발을 한 그의 올망졸망한 바쁜 눈
따개비루를 마다한 설거지 구경은
궁금한 게 많은 습득의 시간들
물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물음표 가득 달린 너의
까랑까랑 명랑한 목소리
책 좋아하는 누나 뒤에 앉아 조용히 책 보는 너는
참 곰살맞구나
춤 좋아하는 누나 따라 춤 좀 출 줄 알게 된 너는
부끄러움이 참 많구나
다짜고짜 급하게 기저귀 보따리를 들고 와선
간절한 눈빛으로 기.저.귀.를 외친다
기저귀 말고 변기에 앉히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다
무서워를 연거푸 외친다
이제껏 그의 인생에서 매번 실패로 끝났던
가장 힘든 순간
그러나 괴성처럼 신나게 울려 퍼지는 외침
“엄마 지한이 안 떠내려갔어!!!
파티, 파티!”
변기에 똥을 싸면 하기로 했던, 똥 싼 파티
그래서 엄마는 변기에 앉아 첫 똥을 싼 너를 위해 당근케이크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