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플라잉요가를 처음 시작한 건 2년 전 겨울이다. 아마 플라잉요가가 한창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그땐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노출되지 않았어서 어디서 보고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는 이미 기억나지 않는다. 플라잉요가를 배우자고 마음 먹은 이유를 순서대로 들기도 어렵지만, 아마 첫번째 이유로는 ‘평범하지 않아서’ 라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던 것도 같다. (그때 나는 같은 이유로 폴댄스와 플라잉요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폴댄스는 멀미와 굳은살, 접근성을 이유로 포기했다.)
아아 아무도 궁금하지 않겠지요 저의 구구절절 입문 이유 따위. 어쨌든 그땐 생존을 위해 운동이 절실했고 일상의 권태로움을 환기할 자극제도 필요했으며 이거다 말할 수 있는 멋진 취미도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에 플라잉요가를 시작했다.
플라잉요가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하게 되는 생각, 그럭저럭 쉬워보인다. 나도 금방 술술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생님은 쉽게 하니까 쉬워 보이고, 수강생들이 어려워해도 왠지 나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왠걸, 해먹줄을 놓고 몸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한 번만 넘겨도, 손으로 줄을 잡고 3초만 매달려도 너무너무 힘이 들었다! 내가 상상한 플라잉요가를 하는 나의 모습은 이런게 아니었다. 이렇게 동작마다 코뿔소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벌개진 얼굴로 매달려 선생님의 속절없이 느린 카운트를 원망하는, 그런 못난 모습이 아니었단 말이다.
나는 동네 요가 센터에서 체험 이벤트를 통해 첫 수업을 들었는데, 오전 수업이라 회원이 별로 없어 선생님이 옆에 붙어 케어해주셨고, 겁이 많은 나는 동장마다 소리를 꺅꺅 내가며 아주 느린 속도로 아주 조금만 배웠다. 해먹 줄을 모아 잡고 그 위에 앉아만 있어도 엉덩이가 아팠고, 해먹줄을 모아 잡고 발을 딛고 올라서도 발바닥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고, 줄을 잡고 잠깐만 매달려도 손과 팔이 바들바들 떨리며 너무 힘들었다. 그날 배운 거라곤 거꾸로 매달리기 (몽키자세), 다빈치 자세 정도였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것만으로도 무섭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나중 얘기지만 이후에 저녁수업에서 플라잉요가를 처음 배우러 온 수강생들을 보며 느낀 바, 운동 신경이 원체 좋고 겁따위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비교적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체험을 꼭 해보거나 수업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서 기본 동작을 배우고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쑥쑥 지나가는 선생님 동작에 어쩔 줄 모르고 서있거나 애매한 자세에서 연결 동작을 몰라 바들바들 떨고 있는 비기너들을 보면 내가 다 안쓰럽다. 그들이 포기하고 갈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 마음 속으로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아니 더 심했는데 선생님이 거의 1:1로 잡아줬어요!” 하고 말을 걸게 된다. 나처럼, 비기너들 모두 외롭지 않은 첫수업 경험하시기를..!
아무튼, 아침인데다 원래 빈혈증상도 조금 있어서 운동후 하얗게 질려 어지럽고 구토감이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에 등록을 해야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결심을 세워주는 강사 선생님의 마법의 한 마디, “잘하시던데요.” 내가 평균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건 아예 안 배워버리고 말았던 나의 지난 과거가 주르륵 스쳐지나가며 곧바로 등록을 결심했다.
친하게 지내자, 해먹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