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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Feb 01. 2019

나의 당당한 취미운동, 플라잉요가

스무살 가량부터 꾸준히 깨작깨작 (방점은 ‘깨작깨작’에) 동네 헬스장을 들락거렸으나 늘 기부천사로 끝이 나고 말았던 나의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 헬스나 러닝머신은 정말로 빨리 지겨워졌고, 그나마 요가수업을 들어왔지만 이렇다하게 몸이 부쩍 좋아진다는 기분도 들지 않고 (깨작 했으니까) 비슷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는 느낌이 다소 지루하기도 해서 몇 주 열심히 하다 그만두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꾸준히’ 한 운동이란 내생에 존재하지 않았는데, 플라잉요가는 1년 반 가까이 매주 빠지지 않고 꾸준히 했다.


내가 이 맛에 계속하는구나 하는 요소들을 짚어보자면: 1) ‘플라잉 요가를 한다’고 말하면 특이하고 멋있어 보일거라는 생각 (약간의 셀프 비웃음) 2) 거꾸로 매달려 중력을 거스르면 기분이 좋음 - 건강에도 좋음 3) 짱짱하게 조여지는 해먹이 겨드랑이, 서혜부(사타구니라고 썼다가 지운다) 등 림프절이 자극되면서 독소가 빠지는 느낌 4) 코어부터 온몸이 속에서부터 단단해짐 5) 만약 방화 등의 사고로 고층에서 뛰어내려야 된다거나 매달려야 하는 일이 생기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등이 있다.

(5번은 농담이지만 나의 플라잉요가 서포터(=물주)인 아빠가 아주 실용적인 운동인 것 같다며 했던 말이라 잊을 수 없어.)


짧다면 짧을지도 모르겠지만 1년 반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플라잉요가를 하다보니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허벅지에 탱탱한 해먹줄을 세 번을 감아도 아프기보단 시원했고, 줄 사이에서 껴서 울퉁불퉁 튀어나왔던 살들도 어느새 쏙 들어가 있었다! 오버해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간신히 매달렸던 동작들도 여유있게 하게 되고, 어느 정도 감도 생겨서 처음 보는 시퀀스도 곧잘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가지 현실의 사정으로 운동을 쉬기로 결정하기까지 1년하고 5개월. 근육따위 없이 잔챙이 같았던 몸이 몰라보게 단단해졌다. 사실 남들이 보기엔 몰라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안다. 내 몸에 쌓여있던 나쁜 독소들이 얼마나 사라졌는지, 어깨나 골반 등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아귀 힘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땅을 밟고 선 다리가 얼마나 단단하게 나를 지탱하고 있는지, 무엇보다 내 몸이 얼마나 활기차고 건강해졌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은 행복해졌다고도 조심스럽게 덧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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