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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May 28. 2019

지혜로운 사람은 내 곁에 머물지 않았지


나는 신뢰받지 못했지
항상 나는 사랑하지 않았지 나를
지혜로운 사람은 내 곁에 머물지 않았지
내 맘 주어도 내 맘 갖고 싶진 않았지


죽어 - 김사월



김사월의 '죽어'란 노랠 듣고 뜨끔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내 곁에 머물지 않는다' 라는 명제는 내가 오래 품어온 작은 의문같은 마음에 대한 대답처럼 느껴진다.


정말로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들,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은 귀신같이 나를 떠나갔다. 떠났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애초에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원망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게 그들을 위한 지혜임을 안다.


내 곁에 아직 남아있는 다정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마음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지혜와 에너지로 나의 우물에 빨려 들어오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내게는 그 에너지가 다하면 언젠가 나를 떠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습게도 얕은 믿음이 있다.


내가 다정한 사람들과 다정한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는 이 관계를 대하는 내 마음에 죄책감이 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죄책감, 연락을 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고 상대를 지치게 만들 뿐이라는 죄책감. 좋아하고 아낀다는 마음이 분명 내 안에 있는데, 아무 행동도 할 수 없게 될 때가 많다.


정말 웃기지도 않게 비겁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마음이 딱 그렇다. 나의 다정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내게서 도망쳤으면 좋겠다. 아니 그건 뻥이야. 도망치지 않아줘서 고마워. 하지만 미안하고 부담이 돼. 왜 도망치지 않지? 정말 궁금해.


나에게 나 자신이 모르는, 주위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 그럴듯한 이유를 제공해주는 어떤 좋은 면이 있을 거라고는 이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너무 착하고 다정한 사람들인거야. 아, 그래서 착하면 바보같다고 하는구나. 바보같은 사람들.


한 켠에 품었던 의심, 실은 나를 하나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나를 만나는 지도 몰라. 그런 생각은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내가 아니라 상대의 다정한 마음에 실례가 되는 생각이니까.


언제까지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안다. 내 마음이 엉망이라 그렇다는 변명에도 한계가 있다.


내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들은 실은 지혜로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심지어 강한 사람들일지 모른다. 소중히해야지. 보답해야지. 너무 늦기 전에..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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