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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끝 햇살 Apr 16. 2020

1-3. 숙제 안 해서 왕따 되면 어쩌나?

 숙제.

 부모와 자녀가 싸우는 영원한 테마다.

 

 이 세상엔 두 부류의 아이가 있다.

 숙제 잘 해가는 아이와 숙제를 안 해가는 아이.

 

 어른들은 숙제를 안 해가는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뿐 아니라 숙제를 안 한 상태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그 부모조차 이해 불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숙제하기 싫어서 매일 엄마와 싸우는 아이가 이 세상엔 꽤 존재한다. 엄마는 숙제를 안 하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다. 아이는 매일 숙제를 미루고, 엄마는 숙제를 어서 마치고 마음 편하게 놀라고 지청구를 한다. 그렇게 놀다 밤이 늦어지면 아이는 잠에 취해 버리고 엄마는 숙제해라, 숙제해라 싸우다가 결국 숙제를 하지 못한 채 잠이 든다. 엄마는 아침 일찍 아이를 깨워 다시 2차전으로 돌입한다.      


누구의 숙제인가?

 엄마는 아이가 숙제를 안 해서 선생님한테 지적받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선생님의 경멸에 찬 눈빛, 웅성거림, 아이들의 낙인..... 엄마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부르르 떨린다.


 “숙제를 안 해가면 왕따 돼. 애들이 싫어해!”


 이 말은 숙제를 안 해가면 정말 왕따가 된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야단 맞고 창피할 것을 두려워하는 엄마가 만들어낸 신화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하려고 버티면 엄마의 선택은 거의 둘 중 하나다.

 숙제하라고 싸우거나 엄마가 대신해주거나.


 주변에는 의외로 자녀 숙제를 대신해주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의 숙제 문제에 별생각 없이 대처하다가 여차하면 아이의 미술 숙제, 만들기 숙제까지 과하게 도와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아이 숙제를 대신해주는 것은 오히려 왕따 되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아이들이 볼 때 숙제를 안 해와서 매일 지적받는 친구는 독특한 캐릭터지만, 엄마가 숙제를 대신해주는 친구는 진정한 찌질이다.

 게다가 중학교 이후에는 숙제를 안 해가도 혼나지 않는다. 그저 수행평가 점수가 깎일 뿐이다. 하지만 엄마가 대신해주는 숙제로 수행평가 점수를 챙겨가는 아이가 있다면 친구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백퍼 왕따다. 


숙제와 왕따를 결부시키면

 숙제를 안 해가면 왕따 된다고 겁주거나 아이 대신 숙제를 해주는 전략은 백해 하다.

 왕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 크게 한다. 숙제를 안 해갔을 때 친구들이 보내는 시선과 분위기를 왕따로 규정하도록 만든다.

 숙제는 물론 의무지만 즐겁기도 한 수행이다. 수업시간에 몰랐던 수업 내용을 이해할 수도 있고, 숙제를 하다가 자신의 흥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숙제를 왕따와 결부시키면 아이는 숙제를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억지로 하는 노역으로 인식하게 된다.

 숙제를 안 하는 것은 범죄도 아니고, 숙제를 안 했다고 해서 중죄인은 아니다. 숙제를 할지 말지는 자신의 선택이고, 만일 안 해갔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면 된다. 야단을 맞든, 다시 해오라는 요청을 받든, 성적이 깎이든. 하지만 숙제를 왕따와 결부시키도록 내사된 아이는 집단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때 결국 파국이 올 거라고 상상한다. 특히 게으른 성향의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학교 숙제 때문에 흥미를 잃어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숙제를 안 하려는 자녀에 관한 대처법은 뒤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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