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불을 끄는 소방관

10세 이전에 아이는 모두 마음으로 기억한다

by 작은 불씨

전 가족에 대한 애정이 그리 크지 않았어요. 가족이란 울타리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란 사람은 저를 버리고 가족을 버리고 제가 다 컸을 때 자신의 빚을 모두 저에게 넘기고 제 인생에

굴곡을 만들어 주신 장본인입니다. 그 덕에 많은 경험을 했고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지만 이런 경험은 제 자식과 새로 사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최대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지금 하는 일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에는 집에 돈이 너무 많아 서로 돈 때문에 싸워 제 유년시절에 가장 화목하고 가장 멋있었던 삼촌들과 친척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사라졌고 어머니는 그런 상황에서 절 키우느라 별도의 케어를 해주시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 사춘기를 엄청 강하게 보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절 키운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이 되고 키워주신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전 와이프를 만나서 결혼을 할 때에도 서로 분쟁이 생기고 속상한 일이 생기면 대화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처음에는 이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서로 불편하거나 속상한 것들이 있으면 바로바로 이야기를 하고 맞추어 나갑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딸아이도 감정이 상하면 호흡도 하고 물도 마시고 하며 진정하려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하려 합니다.


저도 가정을 이루고 살아본 것도 처음이지만 그와 중에 아빠까지 처음 해보려니 초반에는 참 힘들었습니다.

마냥 예쁘고 좋은 것과는 별개로 다른 생명을 하나하나 케어하는 것도 너무 어려웠고 너무 소중한 아이가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별 생각도 다 들고, 아이가 목청도 큰데 한동안 너무 울기 시작하니 견디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아주 잠시동안은 아이에게 화도 냈었어요.


그리고 제 모습에서 봤습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 화내는 아버지란 사람의 모습을요. 길지도 않은 함께 산 시간 동안에도 기억도 많이 나지 않는 그 유년시절에도 몇몇의 기억들은 뇌리에 바로 지금의 모습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저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던 모습입니다.


제가 철저하게 노력해서 만든 성격 중 하나가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 나에게 있다면 지워내는 것입니다.

전 저에게서 그 끔찍한 모습을 본 날부터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요. 화가 너무 나면 잠시 거리를 두고 진정시키고 아이에게 뭔가를 물어볼 때도 아이가 상황 때문에 오해하지 않도록 "혼내는 게 아니고 아빠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라고 먼저 상황을 인지 시켜주고 대화를 하니

아이도 점점 대화를 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이나 마음상태를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의 일이 코로나로 인해 모두 망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제가 먼저 한국으로와 아이와 6개월을 떨어져 있었고 제가 너무 힘들어서 아이를 먼저 한국으로 데려와 같이 있기 시작했을 때 아이가 분리장애가 생겼었습니다. 저와 떨어지면 제가 다시 보일 때까지 울음을 그치질 않았어요.


세상이 떠나가라 정말 목청이 떨어지게 울고 제가 잠깐 일 때문에 항상 저와 제 아이를 챙겨주는 친구에게 맡겨두고 갔는데 처음에는 평소에도 같이 노는 친구의 아이들이 같이 있으니 괜찮은 듯했지만 잠시 후에 전화가 와서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빨리오라고 전화가 계속 왔었습니다.

전 정말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이 시기에는 아이가 조금만 기분이 상하면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버리니 저도 정말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정말 너무 힘드니 또 화를 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화를 내니 아이가 울음을 그쳤는데 전 그게 더 싫었습니다. '아이가 날 무서워하는 건 아닐까?', '나도 그저 보고 배운 게 이거니 결국에는 똑같아지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안아주며 사과하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빠가 화내서 너무 미안해. 아빠가 우리 딸 미워서 그런 게 아닌데 아빠도 아빠 처음해봐서 어떻게 할지 몰라서 그랬어. 정말 너무 미안해."


"아빠는 왜 아빠가 처음이야?"


"응?? 우리 딸 그럼 언니나 오빠가 어디 있었으면 좋겠어?"


"아니."


"아빠도 우리 딸 처음 키워보는 거라 그렇게 계속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왜 그렇게 우는 거야?"


"나도 안 울고 싶은데 여기 가슴속에서 불이 나는 거 같아. 아빠가 알려준 데로 물도 마셔보고 호흡도 해보는데 그래도 안돼."


"그럼 어떻게 해볼까? 아빠가 안아줘도 울지 말고 진정하라고 해도 이야기를 해도 그래?"


"응, 불이 나면 너무 속이 상하고 울고 싶고 그래. 멈출 수가 없어 나도 안 그러고 싶은데."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찢어졌어요. 아이에게 화를 낸 것도 너무 미안하고 이때가 6살이었는데 도대체 뭘 안다고 다그치고 화를 냈을까 하는 마음과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의 마음에 난 불을 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어요.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아이를 불러서 스케치북에 마음에난 불을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라고 여자아이를 하나 그리고 몸통에 불이 활활 타오르는 그림을 그리더군요.


그리고 파란 크레파스로 둘이 같이 그 불을 끄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말 신기했어요. 그 뒤로 아이가 울고 불이 났다고 했을 때 3번 정도 했을까요?


그 뒤로 아이가 그때처럼 어쩔 줄 모르고 우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어요.


"이제는 불나도 괜찮아?"


"응 이제는 불 끌 줄 알아서 불나면 내가 끌 수 있어."


"이리 와 우리 딸, 아빠가 안아줄게 기특하네."


아이가 세상을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독립을 시작하는 10세 이전에는 아이들이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부모의 행동과 말등을 마음으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기억은 머리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강력하게 각인되어 앞으로의 행동과 문제 해결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아이와 함께 해결해 나가며 느낀 건 더 오래 살아온 저도 모르고 아이도 모르고 결국에는 나이 먹은 모르는 사람이 아직 더 많이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강요하고 강압하며 화를 내어 주입을 하는 것보다는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과연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낼 때는 아이가 정말 잘못해서 아이에게 이 화가 좋은 영향을 미치고 나쁜 것을 그만두게 할 거라 믿어서 그랬을지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도 몰라서 그랬어요.


그냥 저에 화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너보다 강하고 널 위협할 수 있으니 살고 싶으면 그만둬!!!!"라는 협박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훈육은 합니다. 분명하게 너에 행동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 때는 말이죠.

하지만 앞으로도 전 우리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불을 끌 수 있는 소방관으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소방관의 물은 제 마음의 불도 꺼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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