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바로 잡을 시간
제가 중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네요. 어느덧 초등학교를 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등교를 시켜주고 아이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 오랜만에 다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실 거예요.
전 군대를 다녀오자마자 해외로 나가서 살고 전국을 돌며 영업을 다니며 사업을 하고 살았습니다.
어릴 때 자랐던 동네와는 항상 떨어져 있었고 코로나 직전까지도 베트남에서 앞으로 계속 살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다시 학생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동네로 돌아오고 아이가 여기서 초등학교를 가니 제가 중학교를 다녔던 변하지 않은 길을 대부분의 친구들이 살던 집들의 옆을 걸어 돌아오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평탄하고 순조로운 인생이 굴곡지고 급격하게 올라갔다 갑자기 떨어지며 살게 된 기점이 바로 이 중학교로 전학 온 바로 그 시점부터였거든요.
운동부, 아직까지 크게 어렵지 않던 학교 수업에 한 외고에서 중학교 졸업하면 입학하라고 따로 공부도 시켜주고 교육청에서도 방학 때면 따로 뽑혀 교육청에 가서 교육도 받고 그냥 이렇게 지낼 줄 알았는데 여러 집안 문제와 함께 저도 모르는 전학을 당했지요.
그렇게 온 이곳에서 평생에 친구를 만나고 좋았지만, 당시에는 운동부가 없는 학교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게 된 새로운 동네 그러면서 쎄게 온 사춘기까지... 그냥 다 포기하고 컴퓨터에만 푹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그 덕에 신문물을 안 그래도 빨리 접했는데 굉장히 깊게 파고들긴 했었지만 이때부터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었나 봐요.
그리고 아이는 제가 다녔던 이 중학교 바로 옆에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걸었던 제가 보았던 그 풍경을 보며 저와 함께 등교를 해요.
전학 전까지 단 한 번도 지각은커녕 아침 운동으로 남들보다 2시간 먼저 학교를 갔던 제가 전학 오고 나서 제시간에 학교를 간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길을 아침 등교시간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 걷고 다시 돌아오며 친구들이 살던 집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전 지금 제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것과 제가 정말 추구하는 것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이 모든 상황들이 제가 가장 후회하는 시점과 맞물리니 내 인생은 다시 중학교 2학년의 시기부터 시작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열심히 공부를 하고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내가 지금 상황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게 어찌 보면 세상이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인생 2회 차, 회귀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정석과는 멀어져서 살아왔지만 살아남기 위해 겪은 많은 경험과 더 잘하고 싶어서 미친 듯이 배우고 공부했던 지식들 그리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을 토대로 앞으로 남은 인생은 후회가 없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보고 싶습니다.
우선은 아이에게 제가 겪었던 제 의지와 상관없는 부정적인 것들을 주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와이프의 감정에 더 깊게 공감해 보려 해요.
항상 문제 해결과 생존이 가장 앞에 있었다면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것을 더 앞선 가치로 두고 살아보려 합니다.
이런 모든 시간이 단지 우연만은 아닐 거예요.
후회를 단지 후회로 남겨두고 싶지 않고 우리가 말하는 팔자,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자식에게는 최대한 좋게 다듬어서 이어주고 싶습니다.
아마 지금 제게 그런 기회와 시간이 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네요. 제 모든 시간이 정말 중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 계속 이어지는 게 이런 것도 잠시나마 즐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