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모르는 게 많아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는 걸 점점 느껴가고 어린이집 졸업이 눈앞에 다가오니 아이가 한글을 모르고 학교에 가는 게 갑자기 좀 걱정이 되었어요.
사실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은 초등학교는 1학년때 글씨와 사회성을 배우는 거니 학교에서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에 분위기는 애들이 다 학원을 다니고 글자를 다 알고 우리 애만 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애 글자도 안 가르치고 뭐 했냐는 말을 듣고 나니 제가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같이 글자 공부를 시작했었어요.
그런데 전 어릴 때 좀 빨리 글자를 알았었거든요. 천자문도 7살 땐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다 읽고 쓰고 했었어요. 그래서 그냥 아이도 한두 번 알려주면 다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해도 잘 외우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선 '뭐지? 바본가?' 이런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특히 ㅁ과 ㅂ, ㄴ과 ㄹ을 구분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ㅁ하고 ㅂ을 몇 번 반복해서 알려주다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 버렸어요.
그리고 울려는 아이를 울지 못하게 하고 화를 퍼부었어요.
그리고 스스로 최대한 진정하고 다시 글씨를 가르치려 하니 아이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더니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더라고요.
전 화장실 가서 울려는 줄 알고 미안한 마음에 따라갔는데 화장실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고, 웃음이 펑 터졌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나와서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종이 위에 미음과 비읍을 적었습니다.
그냥 아이를 안아주고 사과했어요.
생각해 보니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전 제 아이가 천천히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조바심에 혼자 화를 내고 혼자 조바심을 내고 혼자 무서워하고 했던 겁니다.
그리고 더 생각해 보니 전 글씨에 익숙하지만 그림과 영상에는 어떤 재주도 재능도 없고 세상을 입체로 보지 못하고 2D로 보고 텍스트로 봅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림도 잘 그리고 색감이나 세상을 입체적으로 잘 바라봅니다.
그리고 전 매일 차를 놔둔 위치를 까먹어서 6살 때부터 아이에게
이렇게 아이의 기억으로 차를 찾았습니다.
한글 그거 뭐 시간 지남 알아서 하겠지요. 지금 잘한다고 3학년때도 6학년때도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할지는 모르는 건데 너무 후회가 되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알아보던 학원은 모두 정리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고 학교에서 하는 방과 후 수업을 골고루 받아보고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하고 아이가 학원이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보려 합니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너무 많은 고정된 지식을 집어넣는 건 그냥 순리대로 천천히 하려고요. 아이의 상상력과 예쁜 말에 감동받아 놓고 그 예쁜 말을 사전 속에 나온 말들로 대체하려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아이가 저에게 말하는 것들도 사실 제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 인데 그저 같이 즐겁게 살아가며 그때 그때 해야 할 일들을 함께 해나가면서 살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