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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l 16. 2020

최근에 내가 꽂힌 것들

때로는 나른하게, 때로는 타이트하게

학창 시절 그 흔한 아이돌 팬도 안 하던 나인데 최근 들어 굉장히 쉽게, 그것도 자주 뭔가에 꽂히고 있다. 금사빠마냥 화르르 타올랐다가(?) 금세 식는다는 게 문제지만, 아무튼 요즘의 나는 이런저런 다양한 것들에 ‘꽂혔다 지나가다’를 반복하는 중이다. 내가 꽂혔던, 그리고 현재 꽂혀있는 것들을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면,




첫 번째는 연애소설.

결혼을 하고, 특히 아이를 낳은 후에 나는 좀처럼 감성적인 모드에 빠져들지 못했다. 예전엔 한창 연애를 할 때도 슬프고 청승맞은 발라드를 즐겨 듣던 나였는데 드라마를 봐도 감정이입이 안되고 발라드에도 몰입이 안됐다. 할 수 없이 한때 대한민국 전 채널, 전 시간대의 드라마를 꿰고 있던 자칭 드라마퀸으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드에서 미드로, 미드 중에서도 로맨스는 제쳐두고 ‘블랙리스트’ ‘빌리언즈’ ‘홈랜드’ 같은 기타 장르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는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같은 가사만이 흘러나왔더랬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런 내가 남의 로맨스를 보며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고 슬퍼하고 흐뭇해했다. 바로 지역 맘카페에서 추천받은 이도우 작가의 소설 덕분이었다. 아이들과 남편이 잠든 밤에 어두컴컴한 거실에 혼자 앉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완독하고, 홀린 듯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까지 사서 읽어 치웠다. 두 권의 책 이후 다른 연애소설을 찾아 읽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게 남은 여운이 한동안 이어졌다.




둘째는 ‘메이크 타임’.

동생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다.

메이크 타임은 삶을 좀 더 의도적으로 꾸릴 수 있도록 스스로 가장 중요한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할 에너지를 비축하고, 디폴트의 순환을 깨뜨리게 하는 프레임워크다.             - ‘메이크 타임’ 중에서 -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이 사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정말 그렇게 바쁠만한 일로 바쁜 것인가?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집중해서 살려고 노력해라’는 여느 자기계발서와 별다를 것 없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지만,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방해가 되는 것들을 물리치라는 메시지와 이를 위한 80여 가지 전술을 덧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크게 메이크 타임은 ‘하이라이트/초집중/에너지 충전/돌아보기’ 네 단계의 작동방식과 각 단계에서 시도할 수 있는 전술들을 제시한다. 그중에 내가 꽂힌 건 주로 ‘초집중 단계’에서 제시하는 스마트폰과 멀어지기 위한 방법이었다. 모르고 있던 건 아니지만 내가 얼마나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가까이 두고 불필요하게 자주 켰다 껐다를 반복하며 메시지나 sns 포스팅을 확인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했고, 나만의 스마트폰 그라운드룰까지 세웠다(사실 ‘나만의’는 아니고 나보다 스마트폰을 더 사랑하는 남편에게도 반강제적으로 적용했다).

어느덧 이 책에 꽂혀 난리 치던 것도 두 달이 지나다 보니 솔직히 내가 세운 그라운드룰도 가물가물하고 아이폰이 주말마다 리포트해주는 스크린타임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리하여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겸 좀 더 현실적인 그라운드룰을 정해 본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 확인하지 말 것
* 아이들과 있을 때는 폰을 몸에서 떨어뜨려 놓을 것 (식탁 위, 책꽂이 위 등)
* 시간 확인을 명목으로 수시로 보지 않도록 손목시계 착용할 것
* 출퇴근길, 혹은 보행 중에 스마트폰 들여다보지 말기 (가능하면 출퇴근길은 명상을 하자)
* (에너지 충전 차원에서) 가능한 많이 걷기! 특히 기회가 되면 계단은 걸어서 올라가기




오늘도 글이 길어졌다. 남편에게 ‘스압주의’ 피드백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줄이고, 내가 꽂힌 나머지 두 가지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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