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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Oct 26. 2020

우리 아빠는요?

아빠의 예순네 번째 생신을 맞이하여...

오는 금요일, 10월 30일은 아빠의 예순네 번째 생신이다. 여전히 아빠한테 밥을 얻어먹고 종종 용돈을 받는 딸이지만, 매년 생신 때마다 카드는 꼬박꼬박 쓰려고 노력하는데 쓰다 보니 내용이 늘 비슷한 것 같아 고민하다가 올해는 아빠에 대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사실 얼마 전 지난 엄마 생신 때 바쁘다는 핑계로 짧은 카드밖에 못 썼던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엄마에 대한 글도 조만간 쓸 테니 기다려, 엄마! (우리 엄마는 내 브런치 구독자다. 아마 이 글도 엄마가 아빠한테 보여줄 것이다ㅎㅎ)




아무튼, 우리 아빠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아빠의 어떤 면을 좋아할까?


아빠는 권위를 주장하지 않는다. 
난 아주 어릴 때부터 어디 가서 아빠 이야기를 하면 항상 ‘친구 같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무슨 말만 하면 “어린 게 어디서 말대꾸야?”라고 하는 게 너무 싫었다는 우리 아빠는 한 번도 우리가 하는 말에 말대꾸한다,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식의 반응을 한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은 정말 대화가 많은데 나와 내 동생을 가르쳐야 할 대상, 어린 자식이 아닌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 대우해준 덕분이 아닐까? 굳이 부작용이 있다면, 내가 권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아주 경멸하게 되었다는 건데 내 생각은 이러하다: 권위는 목에 힘주고 ‘에헴’하면서 주장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자기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잘하면서 주변에 베풀면서 잘 살면 아랫사람,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존경하고 대접하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권위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고 잘한다. 
어쩌다 40대에 아주 큰 커리어 체인지를 겪은 후, 우리 아빠가 지난 20년 이상 나에게 보여준 모습이다. 본인의 일을 너무너무 사랑하고 재미있어하고, 일에 관해서라면 끊임없이 새로 도전하고 싶어 하며, 주변 친구분들이 다 은퇴해서 등산하고 골프 치러 다니는 지금도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내공을 닦고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지금까지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일을 잘한다는 반증이겠고. 가뜩이나 동안인 아빠는 이런 열정과 에너지까지 더해져 친구분들에 비해 열 살은 젊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허술함과 유머로 무장한 자칭 ‘쉬운 남자
똑똑하고 능력 있는 아빠의 반전 매력은 바로 일 빼고 다른 생활적인 측면, 행정적인 측면 등에서는 아주 허술한 구멍 투성이라는 거다. 오히려 요새는 좀 나아졌는데 우리가 어릴 때 아빠는 정말 물건을 밥 먹듯이 잃어버렸다. 지갑, 우산, 휴대폰은 다반사고 호텔 레스토랑에 코트 벗어 두고 오기, 화장대에 있는 딸 안경을 쓰고 ‘어쩐지 시야가 뿌옇네’ 생각하며 강의하러 가기, KTX 상하행선 반대로 표 끊기, 날짜 잘못 끊고 남의 자리에 앉아있다가 쫓겨나기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면서도 크게 당황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내가 너무 완벽하면 너희들이 재미없을 까 봐” 라고 말하는 우리 아빠,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역시 글 한 편으로 담아 내기에 우리 아빠는 너무 개성과 매력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다. 이 정도면 이번 생신선물로는 충분할 듯하니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편은 또 다른 기회에 이어 가겠다.


아빠, 사랑해요! 생신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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