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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Apr 28. 2023

나는 다정한 사람이 좋다

’다정도 병’이라지만

요즘 난 다정한 사람이 좋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다정한 사람,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다정함을 표현하는 사람이 좋다.  




원래 그랬던 건 아니다.


예전의 나는 속마음은 다정할지언정 겉으로는 쿨한 사람을 선호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고, 너무 상냥하고 친절하고 애교 많은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느꼈다.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 탓도 있겠고, 가정환경도 한몫했을 거다.


나의 원가족은 몹시 화목하다. 곧 결혼 40주년이 되는 부모님도 사이좋고, 부모 자식 간도 이보다 가까울 수 없고, 자매의 우애도 돈독하다. 그런데 우리는 또 희한할 만큼 표현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나마 아빠는 “얘들아, 행복하지?” 늘 가족들의 행복/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우리 딸은 참 예쁘고 똑똑해” 자타공인 칭찬봇이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글쎄?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부류의 사람들에 가깝다.




진짜 뼛속까지 다정한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요즘의 난 꽤 다정하다.


다정한 남편과 살면서 남편을 꼭 닮아 다정한 아이들을 낳고 키우다 보니 찾아온 변화라고 생각한다. 경상도 남자이면서도 애정 표현을 잘하는 남편 덕분에 사소해 보이는 표현들이 중요한지, 표현하지 않는 애정에 비해 얼마나 기쁨과 충만함을 주는지 알게 됐다.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애쓸 필요도 없이 숨 쉬듯이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주고 뽀뽀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아빠를 닮아 다정한 아이들은 “엄마는 정말 최고의 요리사야”, “엄마랑 결혼할 거야 “ 스윗한 말들로 나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오빠가 만든 거 정말 멋지고 예쁘다”, “다민~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서로에게 하는 애정표현으로 나를 웃게 만든다.




다정한 사람이 좋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건, 가족뿐 아니라 친구와 지인, 아니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으레 알아서 잘 살겠거니, 사는 게 바빠 연락 못해도 다 이해하겠거니 하면서 6개월이 지나고, 1년, 2년 지나면 그 관계는 무슨 의미일까? 그보단 가끔이라도 내 생각이 났다고 나와 내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주는 다정한 사람이 좋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건 기쁨만이 아니다.


당신 마음속에 있는 다정함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표현하길 바란다. 말하고 행동하고 표현할 때 마음속에 두터운 정들이 퍼져나가고 전염되고 더 많은 정을 낳을 거다.


나 역시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자주 다정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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