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용 May 30. 2024

눈사람 살인

 눈이 한바탕 내리던 날, 공원 입구에 눈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맨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옷을 입혀주었다. 머리에는 털모자, 목에는 목도리, 손에는 장갑이.


 나는 급하게 눈사람에게 다가가 입혀져 있던 옷을 벗겨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눈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외쳤다.


 '추운 겨울, 춥게만 살아온 눈사람을 따뜻하게 해주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이건 눈사람을 더 빨리 죽이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눈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추위 속에서의 생존이다.'


 그렇게 나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그가 꿋꿋이 서 있을 수 있게 자리를 지켰다.


매거진의 이전글 탈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