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그 사람이 회사에 오지 않은지 사흘째 되던 날, 회사 단체 채팅방에 부고장이 올라왔다. 내가 가서는 안된다 생각했다. 하지만 팀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장례식장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변명을 만들어낼 여지가 없었이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다. 퇴근 시간의 도로는 늘 그렇듯 정체로 가득했고 장례식까지는 한세월이 걸리는 듯했다. 가는 내내 바랐다. 도로 위에 차가 꼼짝도 하지 않아 결국 돌아가길. 아니면 흔하게 나는 차 사고가 내가 타고 있는 법인차에 나 안타깝게도 장례식장에 가지 못 하길. 그렇게 바랐지만 차는 어느새 장례식장 주차장에 이르렀다. 장례식 1층 메인 입구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마친 뒤 입구를 향해 걸어가자 갓난쟁이를 안고 검은 의복을 입은 여자 한 명이 입구 쪽에 왔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알 수 있었다. 프로필에서 보았던 그 사람의 아내였다.
장례식장 안으로 다 같이 들어갔다. 안은 깨나 널찍했고 여러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그 사람 아버지의 장례식장 앞엔 신발이 문턱을 넘고도 바깥까지 줄지어 있었다. 그 사람은 눈물 한 방울 없이 의연하게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었고 아내 역시 아이를 안은채 밝은 얼굴로 조문객과 영정사진을 두고 맞절하고 있었다. 아내는 상당히 예뻤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눈이 컸고 얌전히 하나로 묶은 머리 옆으로 조금씩 삐져나와있는 애교머리들이 나이와 무관하게 더 수수하게 만들었다. 안고 있는 갓난쟁이는 작은 얼굴에 그런 이목구비를 쏙 빼닮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환하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를 보며 도대체 어떤 이유로 나를 만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람은 역시 한 사람으로 만족할 수 없는 걸까? 나와 회사 동료들 차례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은 식사를 하고 있는 조문객들에게 인사한 뒤 영정사진 옆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의연하게 영정사진 옆에 서있는 그 사람. 며칠사이 많이 야위어있었고 눈밑은 푹 꺼져 푸르스름했다.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맞절을 한 뒤 밥을 먹으러 갔다. 나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식당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 사람과 아내의 가족, 친척, 친구, 동료, 지인이겠지 생각했다. 아버지의 영정사진,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동년배의 사람들과 조용히 한쪽 테이블에서 대화하고 있던 그 사람의 어머니, 예쁜 아내, 이목구비를 쏙 빼닮은 갓난쟁이, 장례식장을 메운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생각을 하니 구역질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자 현관문 앞에선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는 빈 병과 캔. 배달시키고 남은 음식들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 더 이상 쓰레기봉투에 담을 공간이 없는 탓에 아무 쓰레기나 또다시 담아 이곳저곳에 널브러뜨린 비닐봉지들. 싱크대 안 접시 위에 말라 붙어있는 음식들이 보였다. 나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재빨리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손으로 꾹꾹 눌러 담아 들고 1층 쓰레기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봉투를 쓰레기장 안으로 들어 던져버렸다. 다시 올라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 가방을 침대 위로 던져 놓고 널브러져 있는 빈 병과 빈 캔을 튼튼한 종이백을 꺼내 쓸어 담기 시작했고 싱크대에 말라붙은 음식들을 변기통 앞으로 가져가 버린 뒤 물을 내렸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먼지 섞인 끈적거리는 바닥을 물티슈로 주저앉아 훔쳤다. 갑자기 울음이 터졌나 왔다.
나는 가방 속에서 꺼낸 휴대폰을 열었다. 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과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