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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15. 2019

[늑대아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사랑

괜찮아, 괜찮아. 스물넷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엄마는 평생 외로운 존재다. 아이를 가지게 되며 겪었을 몸의 변화도,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을 수많은 어려움도, 모든 게 처음인 엄마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확신을 준다. 엄마는 그러면서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 그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은 인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신의 사랑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듯하다.


하나는 죽은 남편에게,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겠다고 다짐한다.  출처: 늑대아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하나’는 모든 게 막막하다. 아이들의 아빠는 일본의 마지막 늑대인간이라 태어난 두 아이는 반인반수의 ‘늑대아이’가 되었다. 누가 알아채면 안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어 혼자 돌봐야 한다. 남편이 남겨놓은 조금의 저축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아이들은 틈만 나면 늑대로 변해 그녀를 곤란하게 한다. 두 아이의 육아에 생활고에, 하나가 지고 있는 짐은 너무도 크다. 하지만 그녀는 ‘괜찮아’라고 되뇐다. 그녀가 무너질 수는 없으니까.


인간이었다가 늑대였다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  출처: 늑대아이


그녀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다가, 그들에게 인간의 삶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시골로 내려가 아이들이 늑대의 생과 인간의 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생각이다. 쉽지 않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시골에 내려와 잊고 있던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하나.  출처: 늑대아이


아무런 대사가 없어도 하나가 느끼는 삶의 아름다움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출처: 늑대아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무거운 책임을 떠안았다. 마지막 희망으로 시작한 농사는 번번이 실패하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 유키의 질문에 하나도 덜컥 겁이 난다. 이대로, 모든 저축이 사라지고 아이들을 키우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하나는 눈물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내가 무너지면 아이들은 더 불안해할 것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아이들에겐 나를 짓누르는 중압감을 나눠줄 수 없다. '불안'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그녀는 알고 있기 때문에.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불안감을 삼키는 게 얼마나 외로운지.  출처: 늑대아이


사람은 언제, 가장 외로울까. 울고 싶은데, 무너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괜찮다고 불안과 걱정을 삼키는 그때, 하나의 외로움이 무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어머니, 당신이 짊어졌던 삶의 무게가 이제야 실감이 났다.


아마 당신이 첫 아이를 가졌을 때는 24살의 젊음이었을 것이다. 벌써 환갑을 넘긴 나이에, 당신은 아직도 자식 걱정뿐이다. 슬픈 것은, 나는 언젠가 그녀를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릴 거란 사실이다. 당신의 곁에서, 함께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나는 아마도 당신을 외롭게 할 것이고,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이 영화는 넘치는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섬세하고 화려한 작화는 아니지만 저 작은 몸짓, 눈빛에도 이렇게 많은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시의적절하게 씬을 감싸는 영화 음악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그림과 음악으로 생명력을 표현한다.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장면.  출처: 늑대아이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에서 '어머니의 노래'로 하나의 추억을 반추하는 장면에서는 반드시 눈물이 난다.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해줄 것이 없는가 묻는 그녀에게, 돌려줄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괜찮지 않은 건 자신이었을 텐데, 그래도 그녀는 아이들을 안고 괜찮다고 말해준다.  출처: 늑대아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녀에게 '괜찮다'라는 말은 꼭 해주고 싶다. 조금 실수해도 괜찮다고, 조금 아팠더라도 결국 건강하게 잘 자랄 거라고. 나는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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