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소리
- 순천만에서 듣다
민물과 해수가 만나서 흐르는 기수지, 한없이 펼쳐진 연안 습지를 따라 이어지는 밀생한 갈대밭, 끝 간 데 없는 갯벌, 병풍처럼 둘러싼 낮은 언덕과 용산, 산기슭에 늘어선 노송들 가지마다 한두 마리씩 흩어져서 망중한을 즐기는 왜가리 무리들, 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흘러가는 물결에 세월을 낚고 있는 백로 청둥오리 갈매기들, 해 질 녘 추색 짙게 드리운 습지, 하늘로 곧추선 갈대꽃들, 텅 빈 바람소리, 바람에 흔들리고 흔들리며 지는 갈잎 소리, 게들이 풀잎 뜯는 소리, 제 집 찾아드는 짱뚱어 미끄러지는 소리, 황혼 녘 허기진 새들 소리,
허공이 갈라지는 소리 들리고...
백운무어만상류 (白雲無語漫相留) - 흰 구름도 말없이 흩어져 머물고 있네
허허(虛墟)/박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