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원버스는 왜 이리 힘들까요?
저는 뚜벅이입니다. 차가 없어서 항상 걸어다닙니다. 조금 멀리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제가 선호하는 교통수단은 단연 지하철과 기차입니다. 목적지까지 도착시간을 가늠하기 쉽고, 편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제가 선호하지 않는 교통수단은 버스입니다. 일단 버스는 소요시간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만원버스를 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심신이 힘들어지는 일입니다. 그렇게 버스를 싫어하는 제가 오늘은 버스를 탔습니다. 그것도 출근시간에 말이죠.
오늘은 그 유명한 판교로 출장을 갑니다. 처음엔 판교역이라는 지하철역이 있어서, 출근길이 수월하겠거니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쉽지 않죠. 판교는 꽤 넓은 지역이었습니다. 제 줄장지는 전철역에서도 꽤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고, 반드시 버스를 타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택시를 타도 됩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 아니면, 굳이 택시를 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출근길은 버스를 탔습니다.
저희 집에서 출장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한 번 갈아타야 합니다. 일단 빨간버스(광역버스)를 타고 성남 모란역까지 간 후에, 모란역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탑니다. 그렇게 출장지까지 무사히 가면 됩니다. 출근길 빨간버스(광역버스)는 좌석버스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성남으로 가는 버스인데요. 그래서 입석금지, 무조건 앉아서 갑니다. 출근시간에 빨간버스는 운행횟수가 많아서, 버스도 자주오고 앉아서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내 버스입니다.
빨간버스를 타고 편하게 모란역까지 왔습니다. 모란역에서 이제 시내버스를 기다립니다. 주변에 벌떼같이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니 불안합니다. '이 사람들이 다 내가 탈 버스에 오르는 건 아니겠지?' 마음의 소리가 들립니다.
제발 아니길...
하지만 왜 슬픈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요? 그 많은 사람들이 제가 탈 버스에 우르르 몰려 나가며 반응하더라고요. 얼마나 사람들이 많은지 버스 앞문 뿐만 아니라, 뒷문으로도 승객을 태웁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는데, 밀려드는 승객들 때문에 순식간에 버스 안으로 빨려 들어왔습니다.
버스가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라서 그런지, 물흐르듯 안으로 사람들이 밀려드는데요. 이 때 긴장을 놓치면 안됩니다. 고정된 스틱 손잡이를 꼭 확보해야 하거든요. 만원 버스에서 흔들 손집이만으로는 제 위치를 지켜내기 힘듭니다. 심지어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를 잡게 되면, 출근하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아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섰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고정 스틱 손잡이를 꽉 웁켜쥐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포지션입니다.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그제서야 버스 안 승객들의 면면을 둘러 봅니다. 바로 엎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신경쓰지 않아도 고개만 들면 누군가의 얼굴이 보입니다. 얼핏 둘러보니, 의외로 2~30대가 많습니다. 언젠가 사회초년생들은 취업하면 차부터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자차 출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건 제 선입견이었나 봅니다. 괜히 주변 사람들과 눈 마주치기 민망해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습니다.
속으로 '언제 도착하나?' 되뇌이고 있는데, 마지막 고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코너링! 모란역에서 제가 내릴 목적지까지 총 3번의 코너링이 있었는데요. 두 번의 우회전과 한 번의 좌회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죄회전이 특히 힘들었어요. 전기 버스라서 그런가요? 좌회전 하면서 속도가 빠르게 붙더라고요. 등 뒤에서 다른 승객들의 무게가 제 쪽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고, 그 무게를 최대한 버티기 위해 손잡이를 잡은 오른손에 힘이 꽤 들어갑니다. 코너링을 끝내고 안정된 직진코스. 힘 빠진 오른 팔이 아려 옵니다.
사실 오른손이 손잡이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왼손 또한 나름 분투하고 있었는데요. 바로 백팩 가방을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출장가방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비롯한 잡동사니가 많이 들어있어서, 한 10kg 정도 됩니다. 평소에는 어깨에 메고 다니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손에 들고 다닙니다. 특히 오늘 같은 만원버스에서는 절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한 피해라도 줄까봐 걱정이 많은데요. 제 마음이 소심해지는 만큼, 가방을 든 팔에 힘이 더 들어갑니다.
그렇게 긴장된 상태로 목적지까지 왔습니다. 불행하게도 목적지에 다 도착할 때까지 승객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리는 곳에서 다들 같이 내리더라고요. 출근길 만원버스에서 20분 남짓, 시간은 짧았을지 모르지만, 참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편의점으로 뛰어갔어요. 그리고 콜라를 한 병 샀습니다. 콜라는 제 회복 아이템입니다. 계산 하자마자 바로 원샷! 정신이 번쩍드네요.
제가 출근길 만원버스를 극히 싫어하는 이유는 사회 초년생 시절, 출퇴근 경험 때문입니다. 그 때 당시 제 직장은 강남역 근처에 있었는데요. 매일 아침 강남가는 버스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그 버스는 항상 제가 타기도 전에 이미 만원이었어요. 그래서 버스 몇 대가 제 눈 앞에서 연거푸 지나간 적도 많고요. 겨우 버스를 타더라도 출입문 계단에 어설프게 서서 간 적도 많았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빨간 광역 버스도 입석 승객이 허용되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출근길이 정말 싫었습니다. 특히,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아침엔 항상 이 생각부터 떠 올랐어요.
오늘 휴가쓸까?
그런 생활을 한 3년 했는데요.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야, 강남으로의 출근길 지옥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만원버스를 탔습니다. 언제나처럼 출근길 만원버스는 참 익숙해지지 않네요.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어떤 출근길을 경험하고 계십니까? 저처럼 만원버스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여러분들의 출근길 이야기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