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킬링이 만드는 조직의 미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가속화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직무나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구성원들은 역량 부족으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흔히 ‘월급 루팡’이라는 표현도 이러한 맥락에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위험한 시각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변화 속도에 맞춰 구성원을 적절히 재교육(리스킬링)하고 역량을 재배치하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리스킬링은 단순히 직원을 교육하는 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조직 차원에서 미래 역량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기존 인력이 지닌 경험과 노하우를 새로운 역할로 연결하는 전략적 수단이 된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과 조직 구조가 급변하는 시대에는 회사 내부 인재의 업스킬(Up-skill)·리스킬(Re-skill)을 적극 지원하는 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쉽다고 분석한다(MIT SMR, 2022).
우선 조직이 필요한 스킬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현재 직원들이 어느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진단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실시간 스킬 매핑을 진행하거나, 익명 설문·평가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방식 등이 효과적이다. 이후 스킬 인벤토리를 바탕으로 인력 계획을 세우면, 향후 어느 부문에 교육 투자를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구체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리스킬링은 회사 차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미래 기술”에 대해 집중 투자하는 조직 주도형 교육과, 직원 스스로 자신의 관심 분야와 커리어 목표에 맞춰 공부하는 개인 자율형 학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예컨대 클라우드 기술이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면, 사내 과정으로 클라우드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되, 개인적으로 더 깊이 있는 AI나 머신러닝 공부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적절한 시간과 비용 지원을 해줄 수 있다(Harvard Business Review, 2021).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음에도, 기존 보상 체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동기가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리스킬링을 통해 습득한 역량이 경력 성장과 직무 변경에 연결되고, 성과 평가나 승진 제도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내가 학습하는 일이 조직과 나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리스킬링은 결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2~4년 차 실무자든, 중간관리자든, 누구에게나 ‘새로운 기술·역량’에 대한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적절한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면 회사는 “월급 루팡”이라는 레이블을 “핵심 인재”로 뒤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결국 리스킬링은 조직 전반의 생태계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이다. 현재 직무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HR 전략, 구성원의 자율적 학습 문화를 장려하는 리더십,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공정한 보상 체계가 삼박자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꾸준히 추진한다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구성원의 몰입도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22). Learning for the Long Haul: Why Reskilling Strategies Matter.
Harvard Business Review (2021). Building a Culture of Continuous Lea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