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립 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상하는 토끼 Jun 22. 2020

전생을 믿어요?


직장 동료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냐고 물었다.

사실대로 말할지 순간적으로 고민하다 그냥 말했다.

“전생 리딩가가 쓴 책을 읽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다른 동료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생을 믿어요?”      



나는 사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굳이 영적 관심을 알리지 않는다. ‘어쩌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하는 질문부터 선입견들까지 감당하기 귀찮다. ‘그냥 호기심에서 읽어보고 있어요.’라고 대충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날따라 그 사람 특유의 편협함에 짜증이 났고 진지하게 말했다.      



“전생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죠. 일종의 스토리죠. 중요한 건 스토리의 사실여부보다 그 스토리가 현재의 삶에 주는 영향이라고 봐요. 그 스토리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믿을 가치가 있는 거죠.” 끝에 ‘마치 종교처럼요.’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를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간신히 삼켰다.






나는 전생을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그것이 지금 삶에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지를 본다. 책 속의 전생 상담가의 태도도 그러했다. 경험 삼아 상담을 예약하고 꼬박 1년을 기다렸다. 가는 길에 긴장이 살짝 올라왔다. ‘내 전생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참회할 준비를 하고 들어갔다.      



엄숙한 분위기의 방에는 연꽃처럼 맑은 리딩가가 명상을 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 얼굴을 잠깐 본 뒤 내 과거의 생들을 말했다. 지금 내 삶에서 주로 쓰는 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들이였다. 걱정보다 좋은 내용만 나와서 그 순간 기분은 좋았지만 내가 원하는 마음 구조에 대한 명징하고 시원한 통찰을 얻진 못했다 .      


         

그래도 내 능력에 대한 확신과 응원은 받았다.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한 가지는 제대로 얻고 나온 셈이다. 교묘하게 우월감도 자라났다. 현생에서 이직 준비한다고 낮아진 자존감을 무의식적으로 보상하려는 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그 기제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우월감에 지배되지 않을 수 있었다. 거 생의 내용이 좋든 나쁘든 현생을 충실히 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똑같이 무의미한 정보니깐.






            

우리는 전생이 왜 궁금할까? 내가 상담을 통해서 얻은 확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나도 느끼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나의 가능성일 믿고 응원해주었다. 하지만 똑같은 말이라도 신비한 영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전생의 스토리를 근거로 말해주니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특별한 힘에 기대어 강력한 확신 또는 문제 해결을 얻고 싶은 게 아닐까?               



상담을 받고 나서 실질적으로 내 삶에 바뀐 것은 없었다. 확신과 응원을 받았다고 해서 게으름이 사라지진 않았다. 결국 삶을 바꾸는 건 평범한 일상, 작은 실천의 연속에 있다. 전생 리딩가는 말했다. 우리의 일상 속에 늘 정화의 기회가 있다고 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부터 만나는 사람에게 예쁘게 말하는 것, 주변 사람을 용서하고 따뜻하게 품는 것까지.. 지극히 교과서적인 도덕성이 사실 가장 특별한 힘인 것이다.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는 한 마음이 과거 생의 순간들을 바꾸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가 뭐라고 생각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