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 걸리게 만드는 3가지 비결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나는 눈을 좋아한다. 때 묻지 않은 순결한 첫눈... 어디선가 교회 종소리가 어둡게 들리면 새벽부터 내린 눈을 바삭바삭 밟으며 크리스마스 그림엽서 한 켠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렇게 초겨울에 싸락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늘 모던보이 백석이 생각난다. 또, 그의 아름다운 연인 자야도 떠오르고, 그들의 한 많은 러브스토리도 안개처럼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알 것이다. 상대방이 다가올 때면 온몸의 신경세포들이 일제히 곤두서고 그(녀)의 몸짓, 말, 향기... 약간의 터치에도 바르르 떨리는 그 황홀한 느낌을... 또,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날이면 뭔가 마음 구석에 텅 빈 공간이 생기고 시간이 갈수록 그 색깔이 어두워져 가는 그 느낌을...
최근 넷플릭스에서 배급한 영화 , 노아 바움백의 감독의 ‘결혼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부의 이혼이라는 상황에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주인공인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의 이혼을 둘러싼 심리와 감정, 행동의 변화에 눈을 떼지 못하였다. 둘이 방 안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도 발견하였고 오열하는 남자 주인공의 연기에 감정이입이 되어 같이 눈물도 흘렸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이혼 과정에서 법정 소송 문제 등을 부각하려 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오히려 영화 저변에 깔려있는 사랑의 Retention 문제가 눈에 더 들어왔다. 사랑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지만(그것이 짝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사랑의 속성은 3가지이다.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헌신(committment) (Robert Sternberg,1986)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사랑은 초기에 불타오른다 하더라도 Retention은 어렵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사랑의 삼각형 이론이라고 부른다. 백석은 자야에 대해 친밀감과 열정은 있었지만 끝까지 헌신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슬프게도 그 사랑은 끝까지 이루어지지 못했고, 영화 결혼 이야기의 두 주인공 역시 헌신의 문제에서 사랑 지키기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사랑은 타자에 대한 궁극의 '영향력'이다. 이 영향력의 원 안에 들어가게 되면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의 길까지도 동행할 정도로 막강하다.
가만있어보자. 영향력이라... 내가 고민하고 연구하는 리더십이라는 주제도 결국 타인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인데...
어쩌면, 이 사랑의 삼각형 이론을 리더십에도 대입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3가지 속성을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모델과 연결을 한 번 해보자. 그의 주장에 따르면 변혁적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는 롤모델이며 개인적인 배려를 잘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지적 자극을 주는, 영향력 있는 카리스마 리더이다.
흠... 개인적인 배려는 삼각형 이론의 '친밀감'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고 비전 제시와 동기부여는 '헌신'과 관련이 있으며 끝없는 지적 자극은 '열정'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나름 연결해본다. (물론 명확한 속성 간의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그렇다면, 적용을 한 번 해볼까.
김 팀장이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직원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개인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이름을 불러주며 최근의 대소사를 중심으로 잡담을 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김 팀장을 대할 때 늘 유쾌하고 동네 형님처럼 친밀한 감정이 든다. 당연히 부하들의 마음속에 는 김 팀장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업무를 지시하는 데 있어서 김 팀장은 늘 직원들로 하여금 전체 속의 부분과 부분 속의 전체를 생각하게 한다. 즉,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전체 일의 프로세스 중에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디테일하게 챙기는 한편, 부분 속에서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일이다. 자연스럽게 부하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
또한, 그는 부하직원들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늘 질문을 한다. 직원들이 올린 보고서의 내용은 이미 꿰뚫고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지만 함부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직원들의 생각을 일깨워줄 만한 것들을 찾아 질문을 한다. 그러면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킨 것을 수행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므로 보다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게 된다.
언제나 김 팀장과 그의 부하직원들은 '사랑'과 '믿음'으로 유기적인 하나의 생물체처럼 협업한다.
이렇게 사랑의 삼각형 이론과 리더십 이론을 연결해보았다. 써놓고 보니 그럴싸하다. 독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고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라이킷을 눌러주신다면 영영 사랑해줄 거다. ㅎㅎㅎ
- 리더십과 사랑 이야기, 7월의 용모 생각.
* 대문 일러스트 출처 :
큰사랑채 http://cafe.daum.net/stu7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