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CEO를 괴롭히는 것 중 하나가 인사와 관련된 결정일 것이다. 연봉은 얼마나 인상할 것인지?, 누구를 진급시킬 것인지?, 인센티브를 지급할지 말지, 지급한다면 일률적으로 지급할지 아니면 차등해서 지급할지 등과 같은 문제는 그야말로 잘해야 본전이다. 필자가 도움을 주었던 모 회사에는 연봉협상 철만 되면 대표이사실로 달려오는 직원이 있었다. 제시받은 연봉이 불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두 번은 그렇게 해서 남들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저 친구는 뭔데 매번 저러지? 나도 대표이사실에 찾아갈까 봐." 하는 불만의 뒷담화가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분위기를 감지한 CEO는 세 번째로 찾아온 그 직원의 요구를 거절했고 결국 그 직원은 퇴사를 하였다. 아마도 "회사는 이번에도 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CEO는 이것을 통해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더 높은 성과 창출을 기대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보기도 하는 것이 바로 평가와 보상이다. 중소기업의 조직진단을 해보면 연봉 수준보다 평가의 공정성에 더 불만을 가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휴넷(www.hunet.co.kr)이 인사평가 시즌을 맞아 직장인 88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회사의 인사평가 공정성을 5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2.8점으로 집계됐다
회사를 창업하고 어느 정도 조직에 연륜이 쌓이면 CEO는 조직 운영의 체계 정비를 위해 평가와 보상 체계를 갖추고 싶어 한다. 이런 경우 평가와 보상 체계를 갖추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하며 공정한 평가와 보상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체계(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만 구성원들을 이해시킬 수 있고 일관성 있게 실행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평가의 기준을 정하고 교육도 시키고 나름의 원칙에 의해 평가를 하겠다고 공표를 하지만 평가를 해보면 예상했던 결과와는 다른 결과가 나와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다. 특히 평소 유능하다고 생각해오던 직원의 점수가 좋지 않을 경우 자칫 조직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CEO의 개인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한두 번 반복되면 직원들은 평가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CEO에게 잘 보이는 사람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이 조직력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평가에는 확고한 가치체계에 의한 일관성 있는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IMF를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연공서열이 아닌 효율성과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일반화되었지만 아직도 중소기업은 평가에 어려움을 겪는다. 벤치마킹을 해 적용해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사실 여기에는 중소기업 구조상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대기업은 부서나 개인의 영역이 비교적 잘 구분되어 있어 평가지표도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 설령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인력 유출의 문제는 크게 대두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하고 어떤 경우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을 한 사람 또는 한 부서에서 담당하기도 한다. 또한 평가의 부작용은 곧바로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부담도 크다.
"맞지 않는 원칙은위험부담일 수 있다." 어떤 CEO는 무임승차하는 직원이 꼴 보기 싫어 전 직원들의 직무를 세세하게 정의하고 물 샐 틈 없는 평가지표를 찾아내기도 한다.그러나 이런 경우 협업에 문제가 생기고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부작용이 야기될 수도 있다. 조직의 규모나 사업의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평가와 보상에서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체로 평가는 가치체계에 대한 평가와 성과에 대한 평가를 결합하여 지표를 개발한다. 여기에서 중소기업의 개인별 성과평가는 득과 실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평가체계와 척도는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과 생각이다. 성과평가는 회사 전체에 대한 평가(부서, 개인은 평가하지 않음)로 대략 5~7개 지표로 하고 개인평가는 회사의 가치체계에 대해 업무 관련이 있는 동료(5명 정도)와 부서장, CEO가 360도 평가하여 최종적으로 성과평가 점수와 가치평가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 중소기업의 여건에 적합하다.(필자의 개인적 의견임) 이러한 방식은 단순하지만 성과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지표에 전 직원이 집중하게 할 수 있고 무임승차나 성실한 업무수행, 협력 등과 같은 요소는 개인에 대한 가치체계 평가를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부서별 성과평가는 실행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여기에서 부서별 성과평가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전략을 변경하여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연초에 정한 부서의 핵심 평가 지표를 연말까지 유지시키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고 새로운 평가지표를 수시로 변경하여 관리하는 것도 어려워 오히려 평가지표가 업무수행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http://pann.news.nate.com/info/250408578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완벽한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특성이나 조직문화, 회사가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함은 당연하고 완전하지 않더라도 개선해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수렴된다면 직원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