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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만걸 Aug 23. 2019

모두 변해야 해! 나만 빼고!

단점을 찾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더 큰 갈등과 혼란을 부추긴다.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동물의 왕을 뽑는다. 육지동물 대표는 사자, 하늘을  나는 새들의 대표로는 독수리, 바다에서는 고래가 대표로 동물의 왕 후보에 추천되었다.  사자가 왕 중 왕이라고 나서자 독수리가 말한다. “네가 하늘을 날 줄 알아?”, 고래도 거든다. “넌 물속에서 살 수 없잖아!” 동물들은 서로의 약점을 찾아 비판하면서 동물의 왕은 자신이 적격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동물들은 육지와 하늘, 바다 모두 살 수 있는 동물을 자신들의 왕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오리’가 동물의 왕이 되었다. <동물의 제왕>이라는 동화의 내용이다.        


동화 - 동물의 제왕


작가는 이런 어이없는 결말을 통해 상대방 단점만 찾아 지적질하는 것 좀 그만하고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려했을 것이며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남 잘되는 것도 내가 잘된 후에야 아주 쪼끔 도와줄 마음이 생기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출산할 수 없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다. 그만큼 나약한 존재로 생존을 위해 여럿이 모여 사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집단을 이루게 되었을 것이지만 이것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 일뿐 개미나 벌들처럼 집단으로 사는 것에 완전히 동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인간은 자기중심적 사고와 집단적 사고의 필요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으며 집단의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동안 감춰두었던 자신을 드러내 인정받고 올라서려고 한다. 이때 함께 커지는 것이 자기중심의 고정관념으로 자신이 힘이 있다고 느낄수록 강도는 커지며 그것을 통해 얻는 편리함과 익숙함에 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거부하며 온몸으로 저항한다.

아마도 이것이 당연하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을 하면서도 자신은 변화의 언저리에 있고 싶은 이유일 것이며 실제로 개인이나 조직에서 변화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원점을 맴도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면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특별한 개인이나 조직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관점과 접근방식을 조금만 달리하면 적어도 쉽게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이미는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강점 중심의 변화를 통해서 말이다.




보통 변화라고 하면 부족한 것이나 남들보다 못하는 것을 찾아내 그것을 남들과 같은 수준이나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노래에 소질이 없는 사람에게 훌륭한 보컬 트레이너를 붙여 훈련을 시켜봐야 남들과 비슷하거나 노래방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정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남들보다 월등한 수준까지 발전하기는 힘들다. 그것도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이는데도 말이다.


하물며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더 많고 위기도 많은 조직에서의 변화는 어떨까? 경영진의 든든한 지원을 배경으로 변화를 위해 개선할 문제를 찾고 변화 플랜을 수립해서 의욕적으로 추진한다 해도 상황과 가치가 다른 개개인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렵다. 우여곡절 끝에 변화의 길에 들어서도 시간에 비례해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의심병이 도진다. 이제는 동참했던 구성원들이 하나 둘 뒤로 빠져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망하며 계속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쯤 되면 경영진도 생각이 많아지고 지금 하고 있는 변화의 방법은 우리 조직과는 맞지 않는 것 같으니 새로운 방법을 찾으라는 주문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문제가 되는 것은 변화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자체가 아니라 “이번에도 역시 안 되네. 우리 조직이 그렇지 뭐!” 하는 학습효과에 물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법은 아무리 잘해도 이미 우리보다 잘하고 있는 조직을 뛰어넘기 어렵고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면 조직 내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 논의 자체가 불편해진다.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비판해야 하고 그 누군가는 자신을 방어하기에 급급하게 되어 설령 해결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직이 가진 강점을 강화시키고 강점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접근을 한다면 남들이 쉽게 흉내 내지 못하는 차별화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무엇보다 강점을 강화하는 방법은 조금만 노력을 기울여도 변화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자신감과 사기가 올라가고 분위기가 밝아진다.      




"저 회사는 소통이 자연스럽고 팀워크가 좋아!"

"CEO가 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잘하네."

"직원들이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보여." 등등  


주변에 잘 나가는 조직들을 보면 강점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 나가는 조직은 없다.


터크만의 팀 발달단계에 의하면 팀은 성과를 창출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구성원들의 갈등과 대립, 의견의 불일치, 긴장이 고조되는 격동기를 거친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소위 잘 나간다고 하는 조직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조화와 신뢰의 단계를 거쳐 성과기에 이르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은 우리 조직의 단점이 아니라 강점을 찾으려는 시도에서부터다. 또한 이것은 그동안 조직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로 생각하게 하며 무엇보다 부정적 인식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과 조직에 대한 자부심과 의욕을 자극한다.     


"우리 조직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 변화와 혁신을 원한다면 우리가 부족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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