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딜레마>, 방자까의 영화 리뷰
오랜만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작년에 본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A Plastic Ocean)> 이후 처음입니다. 저는 다큐멘터리를 보려는 시도는 잘 하지 않으면서, 막상 시청하면 무척 흥미로워하는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본 <소셜 딜레마>도 몰입도가 높아 단 한 번도 엉덩이를 떼지 않고 관람했습니다.
어렸을 때 투니버스에서 만화를 보고 있으면 아빠가 꼭 옆에 와서 다큐멘터리 같은 걸 틀곤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재미없는 다큐멘터리, 퉤퉤' 이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있는지, 다큐멘터리엔 잘 손이 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태껏 다큐멘터리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으니, 앞으로는 의식적으로 자주 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진짜 이제 자야 하는데... 하나만 더 보고 잘까' 하면서 결국 해 뜨는 걸 목격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극복한 사람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 소셜 딜레마는 이미 우리의 일상, 현대인의 고질병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Is Google Always Listening: Live Test(구글은 항상 듣고 있는가: 라이브 테스트)'라는 제목의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구글 크롬 웹페이지를 켜둔 상태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 몇 분 동안 허공에 대고 반려동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웹사이트 배너 광고로 반려동물 음식, 장난감 등이 뜨는 영상이었습니다. 이 영상으로 구글이 사용자의 음성을 기본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저 역시도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셜 미디어에 광고를 게재했던 사람으로서 이렇게 모인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몰랐던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소셜 딜레마>를 보면서 제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 새롭게 정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원래 알고 있던 바는 이랬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를 게재한다.
하지만 <소셜 딜레마>는 이렇게 말했죠.
소셜 미디어를 개발한 기업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도로 정교화된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 상품을 다른 기업에 판매한다.
두 문장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셜 딜레마>의 정의는 보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소셜 미디어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소셜 딜레마>는 전에 없던 새로운 내용을 화두로 던지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재구조화해서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짚어줄 뿐입니다. 저는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스로 사유하고 골몰하는 게 최고라지만, 가끔씩은 다른 사람이 깔끔히 정리한 생각을 머릿속에 넣어줬으면 싶거든요.
'소셜 딜레마'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소셜 미디어와 공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는 겁니다.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유토피아는 취하고, 디스토피아는 거부할 것.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되, 소통의 과정에서 무력하지 않을 것. 비대면 대화가 익숙한 오늘날, 소셜 미디어에 잠식되지 않도록 주체성을 가질 것. 지금과 같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 지, 조금은 두렵습니다.
<소셜 딜레마>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형태라 더욱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좀비 드라마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에 '에릭'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스카일러 지손도가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어 가는 청소년 역을 맡아 다큐멘터리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줍니다.
오늘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나도 모르는 새에 소셜 딜레마에 빠지는 대신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시청해보시는 것 어떠신가요?
중독과 가짜 뉴스에 시달리는 현대사회. 실리콘 밸리 전문가들이 용기내어 경고한다. 자신들의 창조물, 소셜 미디어를 주의하라고.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영화. (출처: 넷플릭스)
감독: 제프 올로우스키
출연: 트리스탄 해리스, 스카일러 지손도, 카라 헤이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