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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까 Apr 17. 2021

짧은 러닝 타임에 강렬하게 농축된
스피드 큐브의 세계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 , 방자까의 영화 리뷰

다큐멘터리가 좋아지는 걸 보니, 저도 많이 컸나 봅니다. 아직 장르 편식은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를 즐겁게 시청하는 요즘입니다. 매번 제 취향의 범죄 다큐멘터리만 소개하는 것 같아서 오늘은 휴먼 다큐멘터리 한 편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
The Speed Cubers

여러분은 스피드 큐브(Speed Cube)에 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스피드 큐브를 접했습니다. 물론 어릴 때 큐브를 만지작거리며 갖고 놀았던 기억은 있지만, 기록을 공인하는 기관(World Cube Association, WCA)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게다가 스피드 큐브가 세계 신기록 경신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대회 종목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3X3X3 큐브를 '루빅스 큐브'라고 부르며, 한 손으로 큐브 맞추기, 발로 맞추기 등 다양한 종목으로 대회가 구성된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죠.


스피드 큐브의 천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역량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큐브를 못 맞추는데는 다 이유가 있더군요. 영화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은 40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스피드 큐브의 매력을 강렬하게 소개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스피드 큐브 대회의 여러 종목을 석권한 두 명의 스피드 큐버(Speed Cuber), 펠릭스 젬덱스(Feliks Zemdegs)와 맥스 파크(Max Park)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는 맥스 파크의 단독 포스터인데요. 영화 정보를 뒤지고 또 뒤져 겨우 주인공 두 명이 모두 등장하는 포스터를 찾아 상단에 걸었습니다. 한 명만 등장하는 포스터는 이 영화를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다큐멘터리는 두 챔피언의 우정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큐브의 세계에 입문한 이후 챔피언을 석권한 오늘날까지도 펠릭스를 우상으로 여기는 맥스와 새롭게 등장한 막강한 상대의 선전을 누구보다 응원하는 펠릭스. 하늘 아래 두 명의 챔피언은 존재할 수 없다지만, 할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경쟁을 펼치는 두 명 모두에게 챔피언 트로피를 쥐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맥스 파크가 단독으로 등장하는 포스터가 메인 포스터인 이유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두 챔피언의 우정과 함께 이 다큐멘터리를 구성하는 굵직한 또 한 가지 갈래가 바로 자폐아 가정의 성장기거든요.


부모가 처음 자식의 자폐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심정,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 부모가 자폐가 있는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했던 노력,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 아이가 실패와 실수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마음까지, 영화는 맥스 파크 부모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자폐아 가정의 성장기를 함께 녹여냈습니다.


저는 감히 이 작품을 장애학의 관점에서 비판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 다큐멘터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애학은 장애인을 대하는 공고한 사회의 관념을 해체하고, 궁극적으로 장애인이 자립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학문인데요. 저는 대학에서 처음 장애학을 접했습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그릇된 시선과 장애에 관한 낯섦을 탈피하는 것에 대해 배우는 장애학이 흥미롭더군요. 물론 전문적으로 이 학문을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장애학적 관점에서’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많이, 오래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훌륭한 영화였기에 감히 저 표현을 쓰면서까지 영화를 칭송해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대부분 영화에는 장애인을 대하는 차별적 시선이 많이 녹아있습니다. 장애를 공포 소구로 활용하는 영화도 많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려냅니다. ‘스피드 큐브’라는 낯선 소재에 이끌려 영화를 보았지만, 영화는 그 이상의 것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자기 전에 가볍게 시청할 수 있는 단편 다큐멘터리를 찾고 계셨다면, 이 작품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40분간 두 명의 스피드 큐브 챔피언과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Summary

스피드 큐브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두 천재. 맥스와 펠릭스의 여정을 주목하라. 빛나는 도전 정신, 아름다운 반전. 이 다큐멘터리엔 특별한 챔피언들이 등장한다. (출처: 넷플릭스)


Cast

감독: 수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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