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방자까의 영화 리뷰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영화관이었어요. 항상 사람들이 북적북적할 줄만 알았던 영화관이 한적한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젠 팝콘 취식도 금지됐더군요.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으니 음식점, 카페보다도 감염 가능성이 더 적을 것 같아요. 앞으로 자주 영화관 나들이를 해야겠습니다.
미나리
Minari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이라는 쾌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나리>의 수상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언어의 80%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영화로 분류되어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거든요. 이를 두고 외신은 ‘골든글로브가 <미나리>의 작품상 수상 자격을 박탈했다’고 평가하고 있어요. 사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미국 제작사와 함께 만든 ‘미국 영화’거든요. 미국 영화가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니 말이 많을 수밖에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영화관에 앉아계시는 분들이라면 혹시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엔딩 크레딧 끝자락에 나오는 ‘이 영화는 American law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문구를요. 만약 외국어 영화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미나리>는 충분히 작품상을 쟁취해냈을 겁니다. 작품상을 받아야 명작인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이 영화가 ‘한국 영화’로 분류되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마저 박탈당했을까요? 그리고 설사 한국 영화로 분류됐다고 하더라도 한국 영화가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을 받을 순 없는 걸까요?
<미나리>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영화는 아닙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 이민 1세대 부부가 겪는 대립과 이민 온 부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민 2세대 아이들의 고충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이를 테면 ‘한국’ 할머니와 ‘미국’ 아이들의 대립 같지 않은 대립들(브로큰 딩동! 딩동 이즈 브로큰!)은 피식 웃으면서 보게 되지요. 분명한 갈등 요소가 있음에도 이 영화가 그리 무겁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모든 갈등 요소를 한데 묶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주류가 아닌 존재를 드러내려는 조심스러운 시도들도 느껴집니다. 미국에서 ‘납작한 얼굴’을 가진 동양인은 주류가 아니고,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대신 십자가를 이고 걷는 기독교인도 주류는 아니죠. ‘한국 냄새’가 나는 할머니도 이민 2세대 아이들에겐 비주류입니다. 영화는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인간의 오만함을 직접적으로 지적하진 않습니다. 주류에 의해 고통 받는 비주류의 모습을 그리지도 않죠. 다만 비주류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내는 모습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합니다. 영화 속 ‘이방인’은 단순히 타국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친구가 없어 교회에 나가는 이민자 가족의 모습을 보며 타지에서 연고 없이 삶을 영위해나가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외로운 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종교가 생겨 돌아오는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어렸을 때 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힘들었던 이민 생활에 관해 이야기해줬을 때, 어린 나이에 힘들었겠다고, 외롭진 않았느냐고 더욱 물어봐줄 걸 그랬습니다. 대리 경험을 가능케 하는 영화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오늘의 영화 리뷰는 그 친구에게 바치고 싶네요.
이 영화 덕분에 요즘 마트에서 미나리 판매량이 급증했답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미나리가 어떤 맛이었더라...’ 생각했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어느 한국 가족의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은 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데…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출처: 씨네21)
감독: 정이삭
출연: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 노엘 케이트 조, 앨런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