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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Oct 12. 2022

HR/피플애널리틱스에 대한 20가지 선입견에 대한 고찰

흥미로운 질문은 언제나 우리를 자극한다. 최근 사과정 강의 teaching 중에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우디에서 HR분석가로 10년가량 경력이 있는 학생이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HR에서도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 결정하는 경우가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채용에서도 기존에 조직에서 성과를 잘 내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하여 그들의 학력과 특성, 인적성 테스트 결과 등을 고려하여 지원자의 이력서(CV)를 검토하고 인터뷰를 수행합니다. 이 과정은 기업으로 하여금 엄청난 인력과, 시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말로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채용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인재를 선별하고 채용할 수 있을까요? 기존 고성과자의 프로필과 특성을 바탕으로 롤모델을 만들어, 그에 적합한 지원자를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면, 나중에 해당 기업에는 그러한 사람들로만 가득 차지 않을까요? 이는 다양성 측면에서 엄청 크리티컬할 것 같은데요? 만약 데이터 기반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다양성도 고려해야 한다면 어떻게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종종 위와 같은 질문은 일방적인 답변만으로 충분치 않고, 오히려 질문자와 답변자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명확한 인재상 없이 서류 검증과 인터뷰 과정에서 적당히 괜찮은 인재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수 년간 많은 데이터가 쌓인 기업에서는 고성과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채용 과정과 인재 배치 및 커리어 설계 등에 활용하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이를 세분화하여, 세일즈팀과 IT팀, 마케팅팀 등 부서별로, 혹은 더 세분화한다면 직무 및 역할별로 적합한 인재의 특성을 모델링하고, 채용 과정에서 해당 모델 데이터와 가장 이상적인 데이터 매칭을 가진 지원자를 찾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은 정말로 적합한 지원자를 선별할 수 있게 할까? 위 학생이 질문했던 것처럼, 이런 과정이 조직 내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아닐까? 데이터 기반의 HR, 즉 HR/People Analytics(HRA/P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도 한층 더 깊어지는 듯 하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을 반영하여, 우리가 HRA/PA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20가지 관점을 통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HR/People Analytics에 대한 20가지 선입견


만약 HR/People Analytics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의 항목에 대하여 O/X로 답해볼 것을 먼저 권해본다.


1. 수년간 축적된 채용 데이터가 있으므로, 일단 분석하면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기대할 수 있다. (O/X)

2. 데이터 분석은 객관적인 수치로 접근하는 것이므로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 (O/X)

3. 데이터는 언제나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채고 있지 못할 뿐이다. (O/X)

4. 직접 분석을 해보지는 않았어도, HR/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한 간접적인 자료 학습을 많이 했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미 상당하다. (O/X)

5. R이든, 파이썬이든 Excel이든, SPSS든, 기타 다른 프로그램 무엇을 쓰든지, 분석 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 방법이 중요하다. (O/X)

6. 기술(descriptive)분석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각 기업은 장기적으로 예측(predictive)과 최적화(optimisation)분석 수행을 추구해야 한다. (O/X)

7. HR데이터는 민감하기 때문에 절대 외부 협업을 해서는 안된다. (O/X)

8. 능력 있는 HR분석가는 다양한 분석 스킬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O/X)

9. HRA/PA의 시작은 비즈니스 문제를 정의하는 것부터 해야한다. (O/X)

10. HR에서의 데이터 분석은 아무래도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O/X)

11. 조직 내에 HRA/PA 기능을 구축하는 것은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O/X)

12. HRA/PA 분석 프로젝트에 앞서서 언제나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을 분석할 것인가?”이다. (O/X)

13. HR 담당자로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라면, 별다른 동의를 추가로 구할 필요 없이, 해당 데이터로 관련된 분석 작업을 수행해도 괜찮다. (O/X)

14. HR/People Analytics의 제대로 된 학습을 위해서는, 그래도 대학교 과정이 가장 합리적이다. (O/X)

15. 분석한 결과를 소통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분석했는지를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O/X)

16. 향후 ‘데이터기반의 HR’은 전통적인 방식인 ‘직관/경험 기반의 HR’을 대체할 것이다. (O/X)

17. 만약 우리 회사의 HR팀에서 아직 머신러닝/AI와 같은 기술의 접목이 없다면, 아직 제대로 된 HRA/PA를 시작 하지 않은 상태이다. (O/X)

18. HR부서의 분석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분석 전문가를 초빙하여 HR부서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O/X)

19. 데이터 분석 결과를 시각화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더욱 화려한 시각화 기술과 도구 활용법을 계속해서 훈련할 필요가 있다. (O/X)

20. HRA/PA에 대한 관심은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므로, HR에서의 데이터 분석 활용에 대한 미래는 긍정적이다. (O/X)




HR/People Analytics에 대한 20가지 선입견에 대한 답변


결론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위 20가지 관점에 대해 모두 크고 작은 의심을 가지고 있다. 이분법적으로 답변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각 관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각 관점에 대하여 100% 동의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 왜 그러한지 하나씩 함께 생각해 보겠다.


 1. 수년간 축적된 채용 데이터가 있으므로, 일단 분석하면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기대할 수 있다.

-> 데이터가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데이터가 많더라도 분석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면 좋은 분석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채용 데이터가 수년간 쌓여왔더라도 객관적이지 않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데이터라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HRA/PA는 장기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분석한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결과 값일 수도 있다. 언제나 흥미로운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2. 데이터 분석은 객관적인 수치로 접근하는 것이므로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 

->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통찰력과 인사이트는, 그래도 통계/과학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더욱 신뢰할 만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는 과학에 대한 철학적 관점과도 연결되는데, 과학은 통제된 환경이 아니면 완전하기 어렵다. 특히 분석은 기계가 수행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이 모든 분석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 그 가운데 수치적 오류, 데이터의 오염, 결과의 잘못된 해석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 뒤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치만을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 맥락과 배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3. 데이터는 언제나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채고 있지 못할 뿐이다.

-> 데이터는 언제나 무언가를 말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분석하면 데이터에 숨겨진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언제나 의미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데이터셋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각종 분석 기법을 동원하여도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아무런 의미 없는 데이터, 속칭 쓰레기(garbage) 데이터도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4. 직접 분석을 해보지는 않았어도, HR/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한 간접적인 자료 학습을 많이 했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미 상당하다.

-> 자전거를 타보지 않고 자전거 타기 조언을 할 수 있다. 해외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해외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TV나 책, 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이다. HR에서의 데이터 분석을 직접 해보지 않고도 책과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한 것으로 조언할 수 있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한계가 존재한다. 직접 데이터를 전처리 해보고, 직접 분석을 해보고, 직접 분석 결과를 전달하고, 직접 그 결과를 실전에 적용해보는 과정을 경험해 보지 않는 한, 아무래도 한계가 존재한다.  


5. R이든, 파이썬이든 Excel이든, SPSS든, 기타 다른 프로그램 무엇을 쓰든지, 분석 도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석 방법이 중요하다.

-> 분석 도구는 뭐든 괜찮다? 아니다. 분석도구 선정도 중요하다. HRA/PA 분석 프로젝트마다 적합한 분석 도구가 있다. 분석 방법에 활용하기 좋은, 즉 확장성/연계성이 좋은 분석 도구를 선정하여 쓰는 것도 중요하다. 분석 도구를 선정하는 것도, 어떤 분석 방법을 선택하느냐와 관련하여 함께 중요하다.


6. 기술(descriptive)분석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각 기업은 장기적으로 예측(predictive)과 최적화(optimisation)분석 수행을 추구해야 한다.

-> 결국 HR분석도 비즈니스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 가치를 주고 있느냐에 최종적인 시선을 두어야 한다. 조직의 크기와 상관없이 당장의 비즈니스 현업을 서포트 하는 것이 해당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주고 있다면, 기술분석을 수행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가져다 줄 수 있다. 예측과 최적화 분석은 해당 조직/기업이 그러한 분석 결과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7. HR데이터는 민감하기 때문에 절대 외부 협업을 해서는 안된다.

-> 이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말기에 자국의 문화와 권익 보호를 위해 쇄국정책을 수호했던 흥선대원군의 선택이 맞았다/틀렸다고 일방적으로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나름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HR데이터 분석을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HR데이터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고 계속 움켜쥐고 있으면서 잠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HR데이터 분석을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하되 법적 장치를 충분히 검토해서 잠재적 리스크를 막고, 보다 발전적인 HR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8. 능력 있는 HR분석가는 다양한 분석 스킬을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 HRA/PA는 수치적 분석 이외에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HR에 대한 이해, 조직에 대한 이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컨설팅 스킬 등 다양한 필요를 수반한다. 능력 있는, 좋은 분석가는 다양한 분석 스킬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관점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9. HRA/PA의 시작은 언제나 비즈니스 문제를 정의하는 것부터 해야한다.

-> 많은 경우 HRA/PA의 시작은 명확한 비즈니스 문제 정의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문제정의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한다. 하지만 현장을 가보면 상황이 다르다. 명확한 문제정의를 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다가 분석할 시간도 쫓기고 그렇게 착실하게 순서대로 과정을 밟다보면, 해결하고자 하는 분석 이슈가 시나브로 희미해지기도 한다. 비즈니스 문제 정의는 물론 중요하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관점으로 탐색적 분석을 시도하고, 데이터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타 부서와의 정치적 관계 영향력을 개선하는 시도 등 여러가지 접근이 전략적으로 함께 이뤄져야 한다.


10. HR에서의 데이터 분석은 아무래도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로 작게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언제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게 시작하면 당연히 리스크가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나브로 묻혀버릴 수도 있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조직의 큰 이슈를 건드려서 HRA/PA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갈 수 밖에 없도록 외부적 압력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물론 어느정도 스트레스가 수반되겠지만. 예를 들어, 기술 친화적 문화를 가진 기업이라거나, 분석에 익숙한 비즈니스 영역에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11. 조직 내에 HRA/PA 기능을 구축하는 것은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실제 피플 애널리틱스의 선구자격 회사인 구글은 채용 데이터 분석을 위해 HR부문에 전문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하며 시작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반화할 수는 없다. HR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이터 분석가가 합류한다면 HRA/PA 프로젝트 과정에서 긍정적인 융합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상호간에 이해하지 못하는 논쟁과 방식이 드러나며 오히려 발목 잡힐 수도 있다.


12. HRA/PA 분석 프로젝트에 앞서서 언제나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을 분석할 것인가?”이다.

->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왜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모두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왜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무엇을/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바로 실행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분석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면, 결국 HRA/PA 분석 프로젝트는 진행되어가는 여정 중에 난관을 겪게 될 것이다.


13. HR 담당자로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라면, 별다른 동의를 추가로 구할 필요 없이, 해당 데이터로 관련된 분석 작업을 수행해도 괜찮다.

->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관점에서, 데이터가 합법적으로 수집되었고 활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동시에 분석된 결과가 향후 어떻게 쓰일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분석 결과에 영향을 받을 당사자는 데이터 수집 대상자와 다른 대상일 수도 있다. 또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될 경우에는, 좀 더 민감하게 데이터 활용 가능 여부를 추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14. HR/People Analytics의 제대로 된 학습을 위해서는, 그래도 대학교 과정이 가장 합리적이다.

-> 대학에서 HR/People Analytics를 가르치고 있다고 해서 대학교 과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대학에서의 과정은 학교의 네임밸류를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학문적으로도 의미있는 훈련 과정이 되도록 학습 과정을 디자인하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습자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HRA/PA 관련해서는 분석 스킬을 교육하는 기관도 다양하고, 관련하여 저술된 책도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온라인 영상 학습자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학습 방법 역시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하게 쓰일 수 있다.


15. 분석한 결과를 소통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분석했는지를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 데이터 분석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마쳐야 한다. 물론 분석 과정에서 숫자가 많이 쓰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결정적인 소통은 분석가끼리가 아닌, 분석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많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P-value가 무엇인지,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상관관계가 있으며, 중심경향성이 높다는 식의 소통은 분석가끼리는 통할지 몰라도, 다른 이해관계자들과는 스토리로 이야기하지 않는 한, 어려워할 것이다.


16. 향후 ‘데이터기반의 HR’은 전통적인 방식인 ‘직관/경험 기반의 HR’을 대체할 것이다.

-> 한 마디로 답하면, 대체가 아닌 보완하는 관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직관과 경험을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분석가가 있다면 그는 절름발이와 다름없다.   


17. 만약 우리 회사의 HR팀에서 아직 머신러닝/AI와 같은 기술의 접목이 없다면, 아직 제대로 된 HRA/PA를 시작 하지 않은 상태이다.

-> 앞서 언급한 바 처럼, HRA/PA에서의 분석은 고급 분석기술을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가치를 주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간단한 기술 분석이라도 조직과 직원들, 그리고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면, HRA/PA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18. HR부서의 분석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분석 전문가를 초빙하여 HR부서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HR 모든 인원이 분석가가 될 필요는 없다. HRA/PA 영역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를 위해 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의를 듣거나 간단한 실습을 해보는 것은 HRA/PA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므로 의미 있겠지만, 모든 HR 직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의 심도 깊은 과정을 진행하는 것의 가치는 아직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19. 데이터 분석 결과를 시각화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더욱 화려한 시각화 기술과 도구 활용법을 계속해서 훈련할 필요가 있다.

- 시각화는 HR에서의 분석 뿐만 아니라 모든 분석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강조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시각화의 핵심은 분석 결과를 합리적이고 명료하게 이해하기 위함이지, 화려함은 오히려 분석 결과에 대한 이해를 방해한다.


20. HRA/PA에 대한 관심은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므로, HR에서의 데이터 분석 활용에 대한 미래는 긍정적이다.

- 이는 함부로 단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들어져 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몇몇의 비관주의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사람’에 대한 객관적 분석은 언젠가 한계에 봉착하고, HR에서의 분석 역시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궁극적인 발전이 더딜 수도 있다. 결국은 사람들이 HR에서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과 가치를 어떻게 증명하고 수행하는지에 따라 달린 일이다.




HR/People과 Analytics는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이다.


사람들은 HRA/PA 분야를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듯하다. 게임에서 캐릭터가 특정 장비를 획득하여 장착하면, 그때부터 해당 장비를 활용한 스킬과 기술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것 마냥 말이다. HRA/PA도 이와 같이 분석 기술을 장착하면 기존 HR에 “+ Analytics”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애널리틱스(Analytics)를, 특정 캐릭터가 장착하여 활용할 수 있는 도구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HR Analytics는 두 가지 이질적인 분야의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금이라는 물질을 생각해보자. 소금은 화학적 기호로 NaCl이다. Na이라는 나트륨 이온과 Cl이라는 염화 이온으로 이루어져 있다. Na와 Cl이 결합하는 것은 얼핏보면 두 가지의 상이한 물질이 그냥 결합하는 것 같지만, 결합/융합 과정에서 화학적 반응이 발생하여 각 물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짠 맛’이라는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 낸다. 


화학적 결합 예시가 쉽지 않은 독자를 위해 다른 관점으로 설명해본다. 영국의 집은 한국과 달리 아파트가 아니라 일반 독채 하우스가 대다수이다. 그렇다보니 가끔 위로 혹은 옆으로 공간 확장을 시도한다. 상부에 한 개 층을 추가로 만들어 다락을 만든다든지, 집에 붙어있는 정원(garden) 공간을 방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물리적 통합 관점으로 보면 이러한 집 크기의 확장은, 공간이 넓어졌다거나 혹은 난방비가 더 든다거나 하는 가시적인 물리적 변화를 가져온다. 그런데 이러한 확장을 화학적 통합 관점으로 보면, 단순히 “공간 + 공간“이 아니라, 공간의 확장으로 인해 삶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존에는 거실이 비좁아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공간이 충분히 확장되었기에 주변 이웃들을 초대하여 거실에서 함께 놀 수 있는 등,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HR/피플 애널리틱스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의 개념이 아니다. HR/People과 Analytics의 결합은 우리가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을 수반한다.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본 글에서 20가지 선입견에 대한 고찰을 다룬 것은, HRA/PA를 물리적 결합으로 이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화학적 결합으로 인한 이해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I might be Wrong!


지금까지 다룬 20가지 관점은, 기업들과의 HRA/PA 프로젝트 경험, 여러 HR/피플 분석가들과의 교류, 아카데믹에서의 학업 등을 바탕으로 깨달은 것을 함축한 것이다. 하지만, 위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각 관점을 긍정 혹은 부정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 게다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여러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름의 이유를 덧붙여 각 관점에 대한 해석과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HRA/PA가 계속해서 만들어져 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이들이 계속해서 관련 이슈를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하고, 개선 및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보다 더 합의된 관점으로 해당 분야를 굳건하게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여, 해당 주제로 논의할 수 있는 다른 관점이 있는 분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bnjle@leeds.ac.uk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2년 11월호에 담길 내용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무단 전재 및 복제, 재배포가 불가하니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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