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4학년(여), 2학년(남) 남매, 그리고 그 아버지와 상담을 진행하였다. 그날부터 유독 첫째 아이와 했던 상담 내용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어머니가 자녀 둘이 많이 산만하고, 본인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상담을 신청했었다. 상담 당일 어머니는 일이 있어 아버님이 오셔서 상담이 진행되었다.
아이들과 상담 전에 아버님과 간단하게 상담이 진행되었다. 아버님은 본인들을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라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자녀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며.. 와이프가 와야 하는데 자신 보고 가라 해서 왔다며.. '와이프가 너무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저 나이 때는 저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와이프랑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굳이 왜 상담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 떠밀러 억지로 온 느낌이 강했다.
아버님과 간단한 상담 후 아이들과 한 명씩 상담을 진행하였다. 상담이 진행되는 사이 아이들은 문장 완성검사를 하고 있었다. 작성하기 전 첫째는 이 내용을 부모님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비밀로 하면 솔직하게 적겠다고 하여 그러겠다 하니 손가락을 걸었다고 옆 선생님이 알려주었다.
첫째 아이와 상담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문장 완성검사에 해당하는 몇 가지 질문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그 아이가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물으니 그 아이가 하는 말이 "속이 시원해서요"라고.. 선생님이랑 이야기해서..
이 아이는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하다 느끼며 사랑받기를 바라고 있었다. 검사 내용 속에도, 이야기 속에도 사랑이란 단어가 유독 많았다. 그리고 '동생이 늦게 태어났으면 더 사랑받았을 텐데', '내가 더 어렸으면 더 사랑받았을 텐데'라는 표현을 중간중간하였다.
또한 이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심판처럼 냉정한 편'이라 표현하였다. 예를 들어 동생과 싸움을 한 상황에서 내가 엄마 아빠라면 이런 상황에 '많이 속상했겠구나' '다음에는 서로 양보하면 더 좋겠구나'라고 할 것 같은데.. 엄마와 아빠는 '누나니깐 네가 더 잘했어야지' '왜 이렇게 했니' 심판처럼 냉정하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였다. '심판이라'.. 부모님에 대해 심판이라 표현을 하는 이 아이를 보며..'부모에 대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구나'.. 평소에 보호자에게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던 것으로 보였다.
상담 도중 눈물을 흘리며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이 아이를 보며.. 이 작은 가슴에 얼마나 상처가 많았으면.. 얼마나 사랑받고 싶었으면.. 이런 이야기들을 엄마, 아빠와 해보았는지 물어보니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엄마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아빠가 나를 보고 답답하게 생각할까 봐' 말을 하려다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차례대로 두 자녀와 상담을 진행한 결과를 이야기하며 최종적으로 아버님과 마무리 상담을 진행하였는데 아버님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어릴 적 그렇게 혼낼 일이 아닌데 와이프가 심하게 혼을 낸 적이 있다고 하였다. 단순히 그 상황 하나 가지고 이 아이가 이렇게 표현하지 않을 텐데.. 아버님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는 첫째와 둘째에게 동일하게 사랑을 주고 있는 편이라며.. 냉정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다들 이 정도로 이야기한다며.. 아버님은 딸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단 대수롭지 않게 이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상담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첫째 아이에게는 심리치료가 진행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아버님은 와이프랑 상의해보고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하며 돌아섰다.
3명과 상담이 진행됨으로 상담 시간이 꽤 걸린 편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며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으며, 상담이 끝나고 시간이 지남에도 그 날의 상담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 아이를 부모님들이 좀 다독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고 잘못된 행동이나 고쳐야 할 행동을 수정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아이의 상처 난 마음을 누구라도 들여다봐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들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는 부분들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더 많이 상처 받고 더 많이 아파할 수 있다는 걸 왜 모를까.. 그 날의 상담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