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여자 May 14. 2020

팀장으로서 난 가끔 흔들린다.




'팀장으로서 나' 과연 잘 가고 있는 것일까?


하루에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 있어 여러 종류의 질문을 받는다. 팀원들이 궁금한 사항들, 업무를 진행하며 어려운 사항들, 업무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고충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고, 난 그 질문에 피드백을 주고 있다.


어떤 날은 팀원들이 순서를 정해 나의 옆자리를 찾아온다. 한 명 가면 또 다른 한 명이 오고, 한 명 가면 또 다른 한 명이 오고. 서로 타이밍이 겹칠 때가 있고 해서 팀원들은 대기표를 만들어놔야 한다며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피드백을 주다 보면 처음 담당자가 기획한 방향성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일들이 있다. 나의 피드백으로 인해서 말이다. 여러 가지 방면을 고려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긴 하지만 이게 맞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그래서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 이게 최선일지를. 여러 가지 변수들을 생각해서 결론을 짓지만 그게 정답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나하나 다 챙겨줄 순 없지만 제출한 기획안이나 서류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최대한 많이 주는 편이며, 필요하다면 열 번이라도 수정과정을 거치는 편이다. 배울 때 확실하게 배우는 게 좋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팀원들은 피곤할 수도 있다. 끊임없이 다시 내려오는 서류들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나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은 서류를 열 번 이상 보기란 어려운 일이니깐.

 

나도 사람인지라 그냥 이 정도면 통과시켜주자 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그냥 통과가 잘 되지 않는다. 성격상 또다시 보고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면 수정을 하고야 만다. 이렇게 서류를 깐깐하게 보는 편이라 팀원들 입장에서는 내가 싫을지도 모르겠다.


한 번은 팀원이 "팀장님이 계속 바쁘면 좋겠어요. 그럼 서류가 빨리 통과될 테니깐요."라고 말을 해서 그 상황을 장난으로 받아치긴 했지만 '아 팀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란 생각에 마음이 한편으로 착잡하기도 하였다.


팀원이 저렇게 생각을 한다 하더라도 내 입장에서는 피드백을 안 줄 수도 없다. 처음 기획안대로 진행되었을 때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될지 눈에 뻔하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도 없다. 이렇게 피드백을 주고, 수정과정을 거치게 되면 오류가 최소화되고, 실제 프로그램을 하는 과정에 있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깐깐함을 버릴 수도 없을뿐더러 버릴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나의 피드백과 개입으로 인하여 팀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성장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간들을 내가 뺏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어디까지 개입을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요즘 더 고민이 많아진다.


또 한편으로는 팀원들에게 나를 너무 의지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서류를 내면 내가 다 수정해줄 것이라는 생각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 줄 테니 고민을 덜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나는 팀원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항상 여기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이며, 여긴 학교가 아니라고. 나를 선생님처럼 만들지 말라고. "

나에게 너무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을 더 많이 하면 좋겠다고.





팀장으로서 난 가끔 흔들린다.  

내가 과연 잘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어떤 것이 이들을 위한 방법인지 계속 스스로 묻게 된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모른 채 오늘도 나의 고민은 더 깊어져만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