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이 부정의 힘을 이겨냅니다.
-아직은 즐거운 일이기에-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울 때는 이제 일에 익숙해지고, 연차도 쌓여
역량을 발휘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에 그만두는 선생님들을 볼 때입니다.
보통 퇴사 전에 상담을 진행하면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공무원 준비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이제 더 이상 재미가 없어서"란 답을 들었습니다.
순간 말문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어요.
재미가 없어서 그만둔다는 선생님은
처음이었거든요.
물론 중요한 부분이죠. 일을 통해 즐거움을 찾고, 재미있게 주어진 일을 한다는 거.
하지만 한 번도 재미가 없어서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일은 힘들지만 현장에서 일을 해나가는 게 나는 재미가 있는데
누군가에는 재미없는 일이 되었다는 사실.
그것이 퇴사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거.
일의 즐거움 중요한 부분이죠.
근데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나와 이 일이 맞지 않아서, 일이 너무 힘들어서, 사람과의 관계에 지쳐서
그만두는 경우는 많은데 재미가 없다는 이유는 정말 처음이었거든요.
근데 다른 이유라면 내가 어떻게 붙잡아보고,
함께 개선점을 찾았겠지만
재미가 없다는 그 선생님의 답변에는 해결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라진 재미를 타인인 내가 줄 순 없는 일이니깐요.
결국은 재미가 없다던 선생님은 사무실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 이유뿐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재미가 한몫한 건 사실이네요.
그러고 보니 내가 결국 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이 현장에서 일하는 게 아직은 즐겁고, 아직은 보람되기 때문에 떠날 수가 없었던 것도 있었던 거겠죠.
떠나는 선생님을 보며, 또 잊고 있던 사실을 하나 되새겨봅니다.
'이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게 아직은 즐거운 일이구나.'
많은 직원을 떠나보내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직원들의 퇴사로 맞이하는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신입부터 함께해온 나의 팀원이었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아쉬운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나의 몫은 그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채워나가야 하고, 다른 직원들이 동료의 퇴사로 동요하지 않도록 챙겨봐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에는 아쉬운 마음을 잠시 접어두어야 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남아 있는 나의 몫을 해내기 위해 다시 달려야 하겠지요.
아직은
"즐거움, 보람, 행복"이라는 긍정의 힘이
"힘듦, 상처, 소진"이라는 부정의 힘을 이겨내고 있는 나를 스스로 응원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