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여자 Dec 10. 2020

문을 잠시 닫아주셔도 좋습니다.  



감정 기복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또한 좋아도 싫어도 나의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얼굴에도 표정이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가 어떤 감정인지, 어떤 마음인지 읽을 수 없다고들 많이 한다.                    


감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크게 감정 기복이 없기 때문에 일관성을 잘 유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읽을 수 없어서 힘들다고 말할 때도 많다.     


직장생활에서는 특히 팀장으로 일을 하기에는 이런 나의 성향이 장점으로 적용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상사 중에 유독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분이 있었다. 물론 기분이 좋을 때야 크게 상관이 없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났을 때엔 누가 봐도 '나 기분 나빠요'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 한 명의 감정으로 사무실 전체 분위기까지 부정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한 명이 다른 사람들 영역까지 침범하여 모두에게 나쁜 감정을 전달하는 건 진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상사를 보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는 것도 필요하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이런 성향 탓에 웬만해서는 잘 동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무너질 때도 있고, 힘든 순간도 있다. 그럴 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 한 두 명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진짜 눈물이 날 때에는 몰래 한바탕 울고 사무실에 복귀를 한다. 마음 단속이 필요한 이런 날에는 나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도록 애써 노력을 해야 하긴 하다.




한 번씩은 이런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같은 상황에도 다른 반응을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것뿐인데. 한 번씩 그 무리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감정 변화선이 큰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못에 긁혀 상처가 나 피가 나는 상황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정작 팀원들이 더 난리일 때, 기분 좋은 상황에 다들 소리치고 업텐션인데 평정심을 가지고 업무를 보고 있는 나를 볼 때 등 순간순간 내가 이상한가 할 때도 있다. 서로 감정의 표현하는 방식도, 느끼는 감정의 크기도 다르기 때문인 것을. 그것을 우리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조차도 이런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깐.


이런 내가 가끔은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감정 표출을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많다. 속에 다 담아두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 표현도 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나이기에. 개인으로서 나, 직장인으로서 나에 있어 이 성향이 모두 좋을 수만은 없다. 그래도 직장생활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데는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나의 성향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될 때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을 테니깐. 리액션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다수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내에서 한두 명의 감정선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상사의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나면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불편해지게 마련이다. 나 혼자 편하자고 다른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길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화나고, 기분 나쁠 때에는 감정의 문을 잠시만 닫아 두는 건 어떨까?  


 


    


                            

이전 12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